Kevin Spacey와 Annette Bening이 주연한 American Beauty. 1999년도에 Academy Award를 다섯개나 받은 영화. 모처럼 그 명성을 만끽하기 위해 늦었다는 생각을 뒤로 하며 영화에 몰입한지 거의 두 시간. 그런데, 이건 내같이 낙천적인 사람들용이 아닌 것 같다. 그야말로 영화를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전문가용이 아닌가 싶다.
시작부터 이상한 장면, 이상한 해석이 가능한 단조로움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듯 하더니 결국엔 주인공의 죽음으로 마감하는 영화. 내용이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결말이 어떻게 나나, 혹시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될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보다 보면 짜증도 나고, 화도 나고, 분노도 치민다. 어디 보여줄 게 없어서 저런 덜떨어진 년놈들을 보여주나 싶을 정도다.
정상적인 사람들이 보면 이해가 될까 싶을 정도의 사회적 이슈를 다루기 때문에 다소 무거울 수밖에 없는 전개라고 이해는 하지만... 겉만 번지르르한 부부관계에 육체적 욕구해소는 각자 알아서 하는 그야말로 썩어 문드러진 부부. 거기에 부모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고등학생의 고민하는 일상. 겉으로는 규율과 원칙 위주의 삶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커플. 있는 듯 없는 듯 늘 풀이 죽어 있고 생기가 없는 아내와 FM같은 남편. 아들은 이상한 비디오 테이핑 취미에 마약을 아르바이트로 팔고. 이런 비정상적인 두 가정을 주축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전개되는 내용은 일상의 삶 반대편만 비추는 것 같다.
쉽사리 다룰 수 없는 문제를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중량감 있는 배우들을 동원해 스토리화 했다는 것이 상을 받은 이유일까? 케빈 스페이시의 연기력에 늘 감동받아왔던 나이기는 하지만, 마지막에 총을 맞고 생을 마감하는 그런 엉성한 역에 나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늘 우아하고 여성의 전형처럼 보이던 아네트 베닝도 남편을 완전 '엿'같이 아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배우들의 연기력만 보고 영화를 보기에는 내용이 너무 우울했다.
영화를 통해 완전한 가정, 완벽한 가족, 그리고 가족간의 사랑과 화목, 커뮤니케이션과 애정의 교류, 그리고 정상적인 사고와 네트워킹... 뭐 이런 부분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게 하는 반면교사로서의 메시지는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시간이 아까워 그렇게라도 보상받고 싶어서이다. 결코, 영화의 내용에 대해 수긍하거나 잘 된 영화라고 하기는 싫다.
전문가나 보고, 평론가나 보고, 심리학자나 사회학자 또는 법률학자 등이 보면 사례로 사용할 수는 있겠다 싶다. 학교에서 케이스 스터디 용으로 사용하면 아주 다양한 논쟁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나쁜 영화는 아니겠지만,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영화이다. 교훈적인 면만 바라보려 해도 그게 안된다. 너무 충격에 싸여 영화를 본지 4-5일만에 감상을 적은 영화도 이번이 처음이다. 잘 된 영화니까 상도 여러개 탔겠지만, 그건 발상의 전환에 대한 창의상, 관객의 정서에 반해서라도 중요 이슈를 파헤쳐 보겠다는 용감상, 기특상, 그리고 정말 역할에 맞게 잘 소화해 낸 배역상, 사회 이슈의 재이슈화에 성공한 Reconstruction of reality상.... 뭐, 이런 정도의 상이라면 모를까 아카데미 상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억측일까?
한마디로 하자면, "뭐 이런 해괴한 내용도 다있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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