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정루 탄금대

무인 곽원갑과 생의 의미

태정 (泰亭) 2006. 8. 24. 21:57

영화 광고를 통해 첨 곽원갑을 접한 순간 저건 내 영화야라고 외치며 기다리고 있다 결국은 DVD를 구입해 이제야 보게 된 영화, '무인 곽원갑'. 최고의 쿵푸 달인 이연걸이 주연한 영화는 거의 빼지 않고 보았는데, 이유는 그는 SF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정통이기 때문이다. 진솔하기 때문이다. 악을 물리쳐주기 때문이다. 늘 사필귀정을 깨우쳐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중국무술 영화든 경찰물이든 그는 늘 정의의 편에 서 있다. 설사 처음에 약간 악과 연계되어 있더라도 그건 악을 파헤치기 위한 undercover로서이다.

 

'무인 곽원갑'은 절대고수 이연걸이 영화배우로서는 마지막 출연이라는 점에서 뜻깊은 작품이다. 늘 그랬듯이, 그는 영화에서 중국인으로서의 중국인 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아니, 근대 역사에 많은 오점을 남긴 중국인들의 뼈저린 역사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청나라 말기 일제를 비롯한 외세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던 조국을 생각하며, 중국과 중국인의 자긍심을 지키기 위해 최고의 달인은 무술대회를 주관하고 마침내 경지에 이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곽원갑)의 아버지도 무도인의 확장을 위해 도장간의 시합을 자주 벌였는데, 그는 상대와의 싸움에서 마지막 필살의 기를 거둠으로써 오히려 상대방에게 죽음을 당한다. 평소 최고라고 믿고 있던 아버지가 그렇게 허무하게 죽자 왜 그러셨나며, 자기는 절대 그렇게 나약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자신이 도장을 물려받은 이후 곽원갑이 가진 오로지 한가지 목표는 자신에게 대적하는 적을 완전히 꺼꾸러뜨리는 것이다. 재기불능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그의 목표요 취미다. 그리고는 술에 절어 산다.

 

잔인하게, 인정사정 없이, 피를 보며, 마지막 숨을 끊어 놓는 비정의 무술인. 그리고 술. 그런 실력 과시를 통헤 늘어나는 제자들. 그러나 그는 그 과정에서 불알 친구이자 절대적 후원자인 한 사람을 잃고 만다. 친구의 간곡한 일깨움도 들은 체 만 체 했던 원갑 본인도 결국 궁지에 몰리게 된다. "서로가 죽어도 좋다는 수결을 한" 무술대회에서 원갑에게 리더를 잃은 상대 도장의 하수인이 원갑의 어머니와 자식을 무참히 없애버리고, 술에 취해 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칼 한 자루를 들고 원수를 찾아가 그의 아내와 자식이 지켜보는 앞에서 무참한 보복을 한다....

 

그 원수를 베고....결국, 그는 실성한 사람처럼 헤매다 어찌어찌 하여 설산에 들어가게 되고, 순진무구한 사람들이 사는 그 동네에서 몇년 머무는 동안에 순순한 인간성을 되찾고 내면에 도사리고 있던 저신의 참모습을 되찾는다.

 

다시 본거지인 상해로 돌아온 그는 먼저 그가 죽인 도장의 관장 집을 찾아가 부인과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구한다. 그리고 사자의 빈소 앞에서 향을 피우고 새로운 결심을 한다. 그가 무도인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깨닫는 순간, 그는 참으로 멋진 인간이 된다. 무엇보다 먼저 무도인들의 통합을 통해 중국에 깔려있는 외세를 물리치겠다는 숭고한 뜻을 펼치게 되고, 떠났던 친구를 다시 맞으며 활동이 활발해진다. 상전벽해라고 할까, 환고탈태라고 할까. 곽원갑은 그야말로 절정의 무술실력은 가졌으되 잘 난 체 하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무인들의 무인다움을 일깨우고 연마하는데 무술을 활용한다.

 

인간의 목숨이 존엄하고, 넘어야 할 산은 타인이 아니라 바로 나임을 깨닫는 순간 이 세상의 모든 사물과 사람은 사랑으로 물들고,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은 먹이가 아니라 사랑스런 동료, 친구이며 자신이 가진 사상을 보다 널리 퍼뜨리기 위해 도장의 수련생들에게도 최선을 다한다.  

 

마지막 시합에서 독을 탄 차를 마시게 함으로써 승리를 쟁취하려한 일본인 관리에게 "당신은 제국의 수치야"를 외치면서 쓰러져 있는 원갑을 일으켜 세워 오른 팔을 들어주는 일본 제일의 무도인, 그는 참 멋쟁이였다. 곽원갑을 꺼꾸러뜨리기 위해 일본인 거간꾼들이 꾸민 계략을 잘도 견디며 승리를 안게 된 원갑. 목적을 달성하는 순간 곽원갑은 수많은 중국인들의 애통 속에 결국 눈을 감는다.

 

"내 자신의 최고의 적은 결국 내 내부의 자신이다"라는 깨달음을 TAKE-AWAY MESSAGE로 남기는 무인 곽원갑은, 무술이 아니라 무도로서 그 정신을 격상시켰다. 자주 틀어 보고, 새롭게 느끼며, 올바른 삶을 사는 지표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영웅' 이후 참된 그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된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