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정루 탄금대

시나리오 경영, 개인에게도 필요하다

태정 (泰亭) 2006. 8. 9. 23:24

또 하나의 고백입니다... (무더위는 계속되고 있고, 성장통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뒤늦게 이 무슨 변고일까요? 차라리, 성장통이라고 이름 붙이니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집니다. 무슨 짐을 벗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모습을 갖추기 위해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결국 이 글은 저의 일기장입니다만, 혹시 읽고 공감하실 분들을 위해, 그리고 그분들의 경험을 듣고 싶어 이렇게 공개적으로 적습니다.)

 

 

저는 한 때 사람을 따라 가기 위해 조직을 버린 경험이 있습니다.

조직을 등진다는 것이 얼마나 큰 리스크인지 처음엔 잘 몰랐죠.

그리고 많은 분들이 짐짓 알려주려고 애썼던 그 많은 잠재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못들은 척 했습니다.

 

든든한 백을 버리고 험란한 풍랑 속으로 들어간 후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습니다.

벤처의 생리에 몸을 맡기며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네 탓 내 탓을 따질 겨를도 여유도 없는 바쁜 생활이었습니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큰 배를 탔을 때나 작은 배로 옮겨온 지금이나 나는 나이기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증명해보여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시스템도, 프로세스도, 인력도 무엇 하나 제대로 받쳐주는 것이 없었습니다.

영업 경험이 없는 저로서는 네트워킹을 위해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였습니다.

기회를 찾고 뭔가를 엮기 위해 이런 저런 통로를 잘 찾아 다녔습니다.

내부 단속도 제대로 한다고 했고,

내부역량 강화도 나름대로는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영진 보강을 위한 아이디어도 내고

전반적인 회사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 조치도 취했습니다.

제 멋에 취해 사는 사장님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리며 제가 가진 지혜를 보태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모 회장님도, 모 사장님도 자기방식에 간섭하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참 난감한 적도 여러번 있었고, 이 정도라면 책을 한 권 써도 되겠다는 경험도 했습니다.

아니, 다음에 반드시 써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는 것은 '구르는 굼벵이'의 변화된 모습을 갖추기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가진 지혜가 너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저도 반성해야 하지만

반성해야 할 분들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우리나라 벤처 업계의 발전을 누구보다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발전을 위해 변해야 하고, 견실해지기 위해 변해야 합니다.

적어도 제가 경험했던 영역에서는 많이 변화해야 살아 날 수 있습니다. 

이미 3년 6개월이 지났으니 많이 변했으리라 믿습니다.

그 때 제가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되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뒤늦게 시나리오 경영을 논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아마 지금쯤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돈은 이제 그만 벌어도 되니 상생의 사회 건설에 조금이라도 더 기여해야되겠다는 생각도 더 많이 하고, 어쩜 실행에 옮겼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그 때를 되돌아 봅니다.

6년 전이면 모르지만 이제는 벤처보다는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별화된 기업이 더 낫습니다.

스스로의 자부심을 지키면서도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인정을 받는 그런 곳이 낫습니다.

 

그러나 왜 이제와서 시나리오 경영이 개인에게도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 것일까요?

이제 현실적인 사람이 된 것입니다.

현실이 그만큼 약은 것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현실이 요구하는 수준을 뛰어넘고 장수하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차별화된 모습을 갖추기 위해 상황과 비전에 맞춰 변화해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닥쳐올 상황을 미리 인지하고 예측하여 옵션을 늘려 나가는 시나리오 경영이 정말 필요합니다.

이미 해두었어야 하는데, 만시지탄입니다.

 

늦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딱부러진 방법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지금까지 쌓은 업력을 얼마나 가치있게 활용할 것인가를 전략적으로 강구해야 합니다.

전쟁에 나서는 듯이 충만한 전의와 불굴의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

그런 시나리오를 미리 쓰지 못한 것은 저의 불찰입니다.

그 동안 다가왔던 많은 기회들을 붙잡지 못하고 놓친 것이 아쉽습니다.

과연 내게 부족한 2%는 무엇일까?

내가 보여주지 못하는, 그 사람들이 찾았던 것은 무엇일까?

 

내가 나를 정확히 안다면 그런 약점도 보완하고, 미봉책이나마 강구하고 있었어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본들 이미 지난 과거입니다.

과거에 안주하기 보다는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이제라도, 보다 더 시나리오에 근거한 자기관리를 해나가야 하겠습니다.

아니, 1인 경영의 시대에 걸맞게 '내 자신을 고용"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시나리오 경영, 개인에게도 필수적입니다.

 

(이런 고백과 회상과 반성을 통해 저의 모습을 새롭게 바꿔나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