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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 법칙'과 '내 탓이오'

태정 (泰亭) 2006. 5. 29. 22:34

내 탓이오가 한창 유행한 적이 있다. 세상의 잘못을 누구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서 찾는 것이다. 원인과 이유를 분석해보지 않고 무조건 남 탓으로 돌리는 것을 경계하는 너무 참신한 슬로건이다. 세상의 인심이 나빠지는 이유를 나만 빼놓고 모두의 탓으로 돌리기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태에 경종을 울린 좋은 운동이다.

 

세상의 틀이 만들어진대로 돌아가지 않고 삐걱거리거나 헐거워지거나 갑자기 허물어졌을 때 그 원인을 내게로 돌리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내 건강이 나빠진 이유조차 옆 사람이 담배를 피워서, 과자 만드는 사람들이 향신료를 너무 많이 넣어서 라며 남 탓을 하는 세상이다. 시험에 떨어지면 내 실력 탓이 아니라 운이 없어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내가 미끄러지면 내 부주의를 탓하기보다는 당국을 탓하고….

 

물론 책임은 나눠 가져야 하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만반의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쉴새 없이 돌아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개인생활과 조직, 회사, 가족

숱한 관계 속에서 매 시간 매 날마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내 탓이오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멀리 보지 말고 나부터 보자라는 것이다.

깨진 유리창은 그런 면에서 내 탓이오를 철저하게 느끼고 실천하고 그리고 반추하게 하는 명확하고 현실적인 화두이다.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허점을 재발하지 않도록 뒤돌아보게 하고 되새겨보게 하고 반성하게 해준다. 나로부터 시작된 허점은 없는지, 나로부터 비롯된 부정적인 집단행동은 없는지, 내가 원인이 된 몰상식한 행동은 없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 얼굴에 침을 뱉는 일을 내 스스로 하는 적은 없는지돌아보고 돌아보고 돌아보고

 

브랜드가 또 다른 화두인 요즘 모처럼 보기 드문 책을 만났다. 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가 지났지만 대충 고민하며 지내온 지 어언 10. 이제 제대로 된 책 한 권이 그런 나태하고 덧없는 삶에 종지부를 찍게 해 줄 모양이다. 행동 하나 생각 하나 말 한마디도 섣불리 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해 준 책이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위해 이 세상에 있는 것인지, 앞으로 남은 인생을 무엇을 위해 투자해야 할 것인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내가 지금 버려야 할 것은? 바꾸어야 할 것은? 더 열심히 해야 할 것은?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분석하고 분석하고 분석하고

 

하나가 깨지면 모든 것이 깨진다는 생각은 어릴 때부터 했다. 어느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그리고 실천을 위해 노력도 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책에서처럼 위대하지 못했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가 모르는 숨겨진 원인이 있을 것이다. 남이 흘리고 간 곳, 남이 버리고 간 쓰레기, 남이 미쳐 생각하지 못한 부분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실행하고 보충하고 보완해왔건만 그 결과는 가시적이지 않았다. 왜일까? 무엇 때문일까? 내 탓일까? 내 능력 탓일까?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걸까? 덜 완벽한 걸까? 그 속에 내가 모르는 또 다른 깨진 유리창이 있는 걸까?

 

복사기 옆에 떨어져 있는 종이 한 장도 걷어서 이면지 박스에 넣고, 생수가 떨어지면 허리가 아파도 기어이 새 통으로 갈아놓아야 마음이 놓이고, 화장실에 화장지가 떨어져 있어도 내가 나간 이후 그게 보이면 내가 흘리고 간 것으로 보일까 봐 그것까지 주워 처리하곤 하는데.  남이 지나친 문맥, 놓친 탈자, 잘못 해석한 것 이런 것들을 바로 잡기 위해 휴일의 내 시간을 쓰고, 출근길 교육하는 길의 전철 속에서도 애를 쓰건만 그 결과는 언제 어떻게 보일 것인지. 잘못 초잡힌 글을 자청해서 고쳐주고이상한 표현을 바로잡아 주건만 그건 어떻게 받아들여 지는지

 

다른 부서의 일, 다른 사람의 일나와 상관이 없지만 회사와는 상관이 있는 그런 일에 앞장 서서 내가 가진 지식과 지혜를 나누어 주건만, 그게 도움이 된 것인지내가 세상의 일부로 무언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손을 뻗는 것, 고객에게 뭔가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일 초라도 더 신경을 쓰는 것 질문해 오는 학생들에게 내가 가진 지식과 정성으로 최선을 다해 답을 해주고 원하는 자료를 보내주는 것… IBM과 나의 일체감을 되새기며 회사의 브랜드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애쓰는 것, 이것은 완전무결한 창인가?

 

동료들에 누가 되지 않도록 지식을 쌓고 영어를 연마하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친구들을 대신해 총무도 하고 회계도 하고 이런 희생과 솔선수범이 깨진 유리창의 반대 개념이라면, 그로 인해 생산된 반대급부 또한 뭔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깨진 유리창 법칙이 주장하는 대로라면 뭔가 결과는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직 더 많은 깨진 유리창을 찾아내야 하는 걸까? 아직 더 많은 깨진 유리창을 갈아 끼우고, 닦아야 하는 걸까? 새로운 햇살이 온 그대로 모두 비치도록 환한 유리창을 더 많이 달아야 하는 걸까?

 

자만심이 그릇된 오만을 낳고, 그릇된 오만은 비열함을 낳고, 비열함은 사람들간의 불신을 낳는다. 내가 남을 위해 얼마나 희생해야 그것이 정말 최선을 다 한 희생인지 그 한계를 모르는데,  내가 나만의 생각으로 완전무결한 유리창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직 내 탓이오의 참 뜻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미숙아의 성급함이라고 푸는 것이 맞을 듯하다.

나로부터 비롯되는 참살이 행복이 온누리의 모든 이들에게 전파되고 전념될 때 그게 바로 내 탓이오의 정점이요, 깨진 유리창이 없는 세상일 것이다.

 

스스로 닦는 유리창, 스스로 고백하는 내 탓이오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목탁이 되도록 해보자. 나부터 유리창을 깨지 않고, 깨진 유리창은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아야겠다. 나의 이런 생각과 행동이 우리 회사의 모든 이들에게 복사되어 기업을 대표하는 외교관인 직원들로부터 새로운 이노베이션, 완벽한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는 위대한 회사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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