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등등/NPO 라이프

서민의 권리 뺏는 갑부

태정 (泰亭) 2006. 5. 5. 13:27

집없는 영세서민을 위한 국민임대주택에 부자들이 살고 있다는 기사가 났다. 지난 2003-2004년 동안 주택공사가 공급한 18개 단지 입주자 중 194명이 그런 사람들이라고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나왔단다. 그리고 기사는, 이런 미자격자들이 국민주택에 입주하게 된 것을 임대주택 관리의 허점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게 맞는 분석일까? 이걸 믿어야 할까? 이런 상황을 그러려니 하고 그냥 넘겨야 할까?

 

의사, 약사, 유치원장, 벤츠를 굴리는 사람, 에쿠우스를 모는 사람, 8억원 이상의 토지를 소유한 사람 ... 이런 사람들은 그들의 과욕이 무욕하고 상심에 차 있을 서민들이 터뜨릴 분노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았을까?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조금이나마 나름대로의 기여방안을 생각해 보았을까?

 

세계 11위의 경제대국(2003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 49위 (1만 2030달러). 국가경쟁력 22위 (IPS (산업정책연구원) 국가경쟁력 보고서 2005)/ 전 세계 66개국 중 (미국 1위, 캐나다 2위, 네들란드 3위, 홍콩 10위, 일본 19위, 중국 24위). OECD 교육열 상위. 국가청렴지수 30위 정도... 뭔가 위상에 걸맞은 모습이 아니란 생각이 드는 구석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근본적인 문제가 가진 자들의 가진 자답지 못한 행위에서 나온다고 분석하면 너무 과장일까? 너무 비약일까?

 

욕심의 정도를 스스로 자제할 줄 알고, 내가 가진 부를 사회를 위해 조금이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줄 아는 "가진 분"들이 많아진다면 미자격자 입주 같은 실망스럽고 수치스런 기사는 아예 나오지 못하지 않을까? 저소득층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부류의 사람들이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을 배가해도 부족한 부류의 사람들과 공생할 수 있는 생각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상생의 경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공생만이라도 생각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선진국일수록 부패지수가 낮고 청렴지수가 높다고 한다. 사회적 양심이 지켜지고 사회적 양심을 저버린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지탄의 크기가 그런 사회적 비양심을 저지르게 하는 마음을 줄여주는 것 때문이리라. 내가 사회적 양심 실현의 시발점이어야 한다는 생각만이라도 하게 된다면? 그런 생각을 우리 모두가 너 나 할 것 없이 누구나가 하게 된다면?

 

상생의 사회는 선진 사회다. 많이 가지고 있거나 적게 가지고 있거나 누구나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다. 많이 가진대로 많이 쓰고 많이 즐기고 많이 나누고.... 적게 가지면 적게 가진 그 범위내에서 최대한 행복한 소비를 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잘 났다고 못나 보이는 사람을 해치거나 기분 나쁘게 하지 않고, 힘 세다고 함부로 굴거나 약한 사람 못살게 하지 않고, 잘 산다고 못가지고 못 사는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게 만들지 말고... 이런 배려는 아무런 투자없이도 가능하다. 마음 하나만 있으면 된다. 태도 하나만 있으면 된다. 이해심 하나만 있으면 된다.

 

많이 가지고 많이 쓰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만큼 열심히 일해서 번 돈과 모은 재산을 자기 마음대로 쓰는 거야 자유다. 하지만, 내게 맞는 격식과 범위 내에서 내다움을 발산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가진 분'들을 만나고 싶다. 신문기사 헤드라인에 "임대주택 살며 벤츠 몰다니..."와 같은 몰상식한 행태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