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교회에 등록을 했습니다. 친구 손잡고 나간 지 3번 만에 등록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새가족 모임이란 것도 겪었습니다.
오전 예배를 보고, 교회에서 차려준 점심을 맛있게 먹고, 저를 인도한 친구를 따라 담임목사님 방에 따로 모여 한 시간 정도의 뜻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침 설교 때 하신 "내 생애 마지막 한 달"이란 주제에 맞춰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을 주위에 둔 몇 분으로부터 삶의 의미와 죽음에 대한 준비 등에 대해 듣고, 새로 등록을 한 저의 인사, 느낌을 공유할 시간을 주셨습니다. "역시 커뮤니티로서 교회가 갖는 힘이 대단한 것 같다.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배울 것도 많고, 제가 또 주위에 전할 수 있는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참 좋다. 배울 것이 참 많은 것 같다."
오래 전부터,아니 2-30년 전부터 저를 교회로 인도하고자 하셨던 분들은 참 많았습니다. 가깝게는 외삼촌, 외숙모님으로부터 선배, 친구까지. 유학자셨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불교나 기독교에 대해 그리 자유롭게 선택을 하지 못했던 할머니께서는 그래도 독실한 불교신자셨죠, 고향 자그마한 절에 놓인 종에는 손자, 손녀의 이름을 올리기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며느리인 어머니는 자연히 불교를 평생 종교로 받아들이셨고, 우리 아이들은 그냥 불교적인 집안 분위기에 젖어 오십년을 살아 왔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교인들이 제사를 모시지 않는 것을 두고 "몹쓸놈" 집단으로 생각해서 절대 용납을 안하셨고, 할머니는 "교회와 개고기는 절대 안된다"고 하셨던 분이십니다. 부모님도 특별한 이유는 대지 않으셨지만 그냥 절에 시주하시는 집안 분위기에 두 종교는 안된다 정도로 기독교나 천주교에 대해 탐탁치 않게 생각하셨죠. 그나마 천주교는 제사를 모시는 것을 알고 만약, 불교가 아니라면 차라리 성당을 가라는 정도까지는 말씀하실 정도였습니다.
근데, 이제 그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전 둘째 입니다. 그러니 괜찮고. 또 주변 친척분 중에 독실한 불교신자였다가 기독교로 개종한 이후 제사도 개신교식으로 하지만 모든 제물을 갖춰 놓고 의식만 기독교 식으로 모시는 것을 보니 전혀 문제될 것도 없고 보기도 좋았다는 말씀을 하시며 저의 교회 등록을 허락하셨습니다. 와이프도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교회를 더 환영하네요.
무엇보다 이번에 제가 교회에 나가게 된 가장 큰 동력은 미국에 계신 막내 외숙부십니다. 좋을 때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어려울 때나 교회에 나가 좋은 말씀 듣고 좋은 분들과 어울리다 보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삶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교회에 나가는 게 뭐가 문제냐고 거듭 강조하신 것입니다. 제가 미국에 놀러 갔을 때 교인들끼리 동네 공원에 모여 고기도 구어 먹고 각자 들고 나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즐겁게 주말 하루를 같이 보내는 모습을 보고 참 좋아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물론 이런 저의 배경과 고민을 이해하고 직접 손을 잡아준 친구는 이전 회사 동료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면서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분입니다. 제가 등록한 교회에서 소식지 발행을 맡고 있고 초등부장도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의 와이프는 유아부장을 맡고 계시죠.
제가 오래 동안 교회에 등록을 하지 않고 그냥 무교로 지내온 것은 집안의 불교 분위기에 젖어 그냥 불교분위기에 젖어 살아온 것도 있지만, 이 세상사 모든 것을 '전능하신 한 분' 한테로 돌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고,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그 생각은 남아 있지만 저보다 강하고 잘나고 힘쎄신 분들이 그 분을 믿는 것을 보면 저같은 약한 자야말로 그런 분께 귀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입니다.
약하기 때문에 귀의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강구하기 때문에 찾게 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지만, 이렇게라도 '신도'가 되었다는 것이 저의 인생에 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 같습니다. 절에 가서도 한번도 절 다운 절을 한 적이 없는 사람이지만 한적한 산 속에 호젓이 있는 법당이 좋았고, 간섭하지 않는 그 문화가 좋았었는데, 교회도 그런 조용한 분위기가 나면서도 신실한 분들과 모임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더군요. 그래서 저는 오늘 '강변교회'를 택해 등록을 했습니다. 좋은 말씀을 많이 듣고, 그대로 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해 봅니다.
담임목사이신 허태성 목사님이 하신 축하 기도 중 "강변의 뿌리깊은 버드나무가 되어 ..."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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