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오늘 같이 '생전 처음'이란 말을 많이 하게 되는 날도 드물것 같습니다. 오늘 한 오랜 친구의 등산 정기산행 모임에 끼여 북한산을 다녀 오며 만든 기록들입니다.
북한산행이야 여러 번 했지만 오늘 간 코스가 새로웠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부암동 -> 북악산 팔각정 -> 북한산 형제봉으로 등산을 했습니다. 이름만 들어 알고 있던 부암동도 처음 가보았구요... 옛날 선비들이 계를 들어 물놀이 술잔치를 벌였다던 백사동 계곡도 처음 가보았네요. 북한산 둘레길과 성곽둘레길이 만나는 지점도 처음 보았고, 그 지점에서 내려다보이는 시내 풍경도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날이 청명하여 형제봉에서 송도 넘어 바다 또한 보았습니다. 숱한 북한산행에서 인천 앞바다를 본 건 난생 처음입니다. 인천 바다가 보인다는 말조차 듣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한강을 넘어 멀지 않은 거리에서 또 다른 물줄기가 길게 뻗어 있더군요.
가을 하늘 맑기는 더 이상 파랄 수 없을 정도였구요, 싱그런 햇살과 숲속 바람이 향긋이 살갗에 닿는 느낌도 너무 좋았습니다. 동네 어귀도 걸었다가 채마밭 구경도 했다가, 오솔길도 갔다 둔덕도 넘었다, 트레킹도 했다 바위도 탔다, 구름에 취했다 바람에 취했다 ... 오늘 산행은 아주 맛있고 정말 멋있는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본 서울은 참 자랑하고픈 도시였습니다. 맑고 아름답고 시원하고 깨끗한 수도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서울을 아름답다 했고, 이런 자연을 갖춘 수도가 없다고들 하셨는데, 딱히 그렇게 동조하는 기분은 갖고 있지 못했더랬죠. 하지만, 건강한 땀방울에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고 건강을 되찾게 해주는 명산들로 둘러싸여 있는 서울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한 산 자락에서 웬만한 외산과 내산을 다 눈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 보통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오늘 처음으로 그동안 들어온 '아름다운 서울' 주장에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오늘 산행을 같이 했던 그 친구의 친구분들이 보여준 유쾌하고 친절하고 편안한 응대가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일상적인 산행에서 처럼 김밥 만 싸가지고 간 저의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푸짐한 점심 준비 또한 새로운 발견과 충격이었습니다. 그냥 간편하게 한 끼 때우는 식이 아니었습니다. 건강한 웰빙 오찬으로 꾸며졌습니다. 삶은 오징어 초회, 고구마전, 계란말이, 코다리찜까지도 먹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산행에서 생애 최초로 비빔국수 또한 먹었습니다. 그것도 일반 음식점에서 먹는 것 이상으로 맛있는 비빔국수를 현장에서 직접 비벼 먹게 재료를 준비해 온 그 치밀함에 놀랐습니다. 비빔국수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10가지 안에 드는 최고의 메뉴입니다.
두 달에 한 번 정기산행을 하는 이 팀의 다음 산행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온갖 별식을 다 싸가지고 오는 그분들 틈에서 또 한번 포식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과 함께~~ 그리고 오늘 갔던 이 코스는 다음에 한 번 더 가보아야겠다 다짐합니다.
보현봉의 웅자와 파란 하늘, 풍성한 구름이 만들어낸 장관.
이렇게 쳐다볼 때 보현봉의 위용이 가장 잘 나타난다고 하네요.
왼쪽 높은 봉우리가 보현봉, 중앙에 보이는 것이 형제봉.
북한산 호랑이는 애꾸였다는 전설을 만을어 낸 호랑이 바위. 오른쪽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네요...바로 옆에는 암자가 있답니다.
이렇게 만 비빔국수, 식탁을 아주 풍성하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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