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안가 바지락칼국수'가 있을 때는 참 행복했었습니다. 바지락 반 국수 반이라고 할 정도로 듬뿍 든 바지락을 먹고 나면 온 몸이 생기충천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그 곳이 아이들 영어학원으로 바뀐 이후 바지락칼국수가 생각나도 먹지 못했었는데 드뎌 한 3넌 만에 바지락 칼국수를 먹었습니다.
지난 주 청계산에 들고 갔던 사진기가 고장나 종로 3가에 있는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맡겼다가 오늘 저녁에 찾아오는 길에 서비스 센터에 물어서 바지락 칼국수 가게를 찾은 것입니다. 맛은 보장못하지만 피카디리 골목 옆에 하나 있다고 추천을 받았던 것인데 맛도 좋고 서비스도 좋은 편이었습니다. 제가 들어갈 때 두 분이 있었는데 곧 그분들은 떠났고 제가 자리잡은 오후 7시 반 이후 거의 10분이 잇따라 들어오셨습니다. 단골도 있었고 처음 오는 분도 있었는데, 어잿든 저 이후에 들어왔으니 제가 복을 부른 것 아닌가 ^^ 생각해봅니다.
바지락도 제법 많고 국물도 아삼삼한 것이 옛날 안가 칼국수에서 먹었던 것과 유사한 맛이었습니다. 4천원짜리 칼국수 한 그릇에 이렇게 마음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습니다. 맛이 좋고 분위기도 좋고 다들 편해하는 식당이라 집에 와서 식구들과 같이 먹으려고 해물파전도 하나 해 왔습니다. 만약 사무실 옆에 이런 칼국수 가게가 있다면 5일 중에 이틀은 먹게 될 것 같습니다. 사무실이 있는 삼성동 근처에서 바지락 칼국수 집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맛집 지도에 보면 어딘가 하나가 있는데 도저히 그냥 찾아가기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대치동으로 넘어가면 그래도 꽤 맛있는 집이 하나 있는데, 한20분은 걸어가야 하므로 보통 점심 시간에 한 번 갈 수 있는 마음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유난히 밀가루 음식을 좋아해서 비빔국수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일 정도입니다. 1999년 뉴질랜드의 로투루아에서 지금까지 먹은 비빔국수 중에서 가장 맛있는 비빔국수를 먹어 본 이후 갑자기 비빔국수를 좋아하게 되었는데요.... 아쉽게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 로토루아 비빔국수에 버금가는 맛을 낸 비빔국수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왜그럴까 참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비빔국수도 우리 음식인데 왜 뉴질랜드에 이민가신 분의 레시피가 더 맛있어야 하는지...한국 음식에 굶주리고 있다 먹어서 그런 게 절대 아니었습니다. 당시 그 국수를 야참으로 먹었던 것 같은데 다른 여러가지를 먹어서 배는 전혀 고프지 않았지만 누군가 한국식당에서 파는 비빔국수가 맛있다고 하는 바람에 다같이 먹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것은 다 똑같고 얼음 조각 대 여섯개가 얹힌 것만이 달랐는데, 맛은 정말 환상이었습니다. 만약 그런 맛을 내는 비빔국수가 서울에서 발견되면 저는 바로 단골이 될 것입니다.
아셈몰 지하에도 아주 맛있는 퓨전 누들가게가 있습니다. 옛날 아셈 빌딩에 근무할 때 자주 갔더니 매니저께서 저를 특별고객 대우를 해주셨던 게 기억납니다. 이제 몇 달 만 더 있으면 그 누들가게에 좀 더 자주 갈 수 있는 형편이 될 것 같습니다. 그 날이 하루빨리 오게 되길 기대해봅니다. 잘 먹은 저녁 한 끼가 하루 기분까지 좋게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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