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 구분없이 누구나 새기고 실천해야 할 금언입니다)
바야흐로 진급철이다.군에서 진급은 왜 중요할까. 진급은 올라간 계급만큼 더욱 많은 부하를 거느리게 되고, 부하들의 생사가 지휘자의 능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결국 능력 있는 장교를 선발해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고 군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떤 자질을 갖춘 장교가 진급에 선발돼야 하는가?
진급 선발기준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많은 제도 개선을 해왔지만, 현시대가 요구하는 진급의 조건은 다음의 자질을 두루 갖춘 장교가 되어야 한다.첫째, 실력 있는 장교가 선발돼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에서 부하 장병들에게 전쟁 중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인가를 물은 여론 조사 결과 실력 있는 리더가 단연 1위였다.
왜냐하면 실력 있는 리더만이 부하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구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력 있는 장교는 항상 자신감이 있으며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 보고 멋진 결심을 할 수 있다. 결국 많이 알아야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평소 많은 전략 전술 관련 책을 읽고 실력을 쌓는 것도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다.
자기 직무에 대한 전문지식(Professional)이 있어야 한다. 실력은 또한 인격을 발전시키고 자기 브랜드(Brand)의 가치를 높여 준다. 그것을 우리는 경쟁력이라고 한다. 자신의 경쟁력은 곧 본인의 실력 여하에 달려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무한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실력을 쌓는 길밖에 없다. 그것도 계급에 상응하는 만큼의 실력을 폭넓게 쌓아야 한다.
둘째, 판단력이 뛰어난 장교가 되어야 한다. 훌륭한 리더는 좋은 판단 즉, 결심을 잘해야 한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했듯이 지휘관의 판단에 부하의 생사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전방 초소에서, NLL 부근의 해상에서, 현장 지휘관이 우선 조치해야 할 일은 즉각적으로 명쾌하게 결심이 이뤄져야 한다. 평소 그러한 훈련도 아울러 해야 한다.
큰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작은 부대의 현장 지휘관 때부터 경험을 쌓아야 한다. 위기 시에 부하들은 리더의 판단만을 바라보고 있는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부하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가장 무능한 리더는 결심도 못 하고 책임도 안 지려는 리더다.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결단력 있는 장교가 필요한 것이다.
셋째, 비전(Vision)과 창의력 있는 장교가 선발돼야 한다. 비전에는 열정과 에너지가 있다. 모든 행동에는 목표가 있어야 하며,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이유를 부하들이 알아야 한다. 그것이 공동의 목표요 가치다. 비전이 있는 조직과 없는 조직은 생동감이 다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국가의 비전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
비전이 없는 장교는 미래형 리더가 될 수 없다. 미래의 변화와 혁신을 관리할 줄 알고 미래의 전쟁 양상을 생각하며 준비하는 장교가 돼야 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그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한 행동을 모범으로 보여 줘야 한다. 미래를 생각하는 장교는 항시 창의적이다. 창의적인 장교야말로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전투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우리 군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비전이 있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장교가 필요한 것이다.
넷째, 높은 도덕성과 부하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부하들은 청렴하고 도덕성이 높은 지휘관을 따른다. 훌륭한 리더는 부하들에게 올바른 도덕적 가치관을 심어 줘야 한다. 그래야 부대의 단결정신(Team Spirits)이 함양되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절제하고 조정할 줄 아는 장교가 돼야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욕망을 극복하는 사람이, 강한 적을 물리친 사람보다 위대하다”고 했다.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도덕성을 갖춘 장교가 필요한 때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부하들의 설문에서 훌륭한 리더의 덕목으로 1위는 실력이고, 2위는 부하에 대한 사기와 복지를 배려할 줄 아는 지휘관을 꼽았다. 옳은 말이다.
많은 것을 부하에게 베풀면, 많은 것을 얻게 마련이다. 부하로부터 존경받으려면 부하부터 사랑해야 한다. 장비보다 부하를 모르는 장교가 진급이 돼선 안 된다. 내 가족, 내 동생만큼 부하를 알고 또 배려해 줘야 한다. 부하에 대한 투자는 결국 전투력에 대한 투자인 것이다. 계급이 오를수록 진급은 부하들이 시켜 주는 것이다. 부하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인격이 훌륭한 장교가 선발돼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제반 덕목은 훌륭한 인격을 형성하기 위한 요소들이다. 인격이 훌륭한 리더는 힘과 에너지를 창출할 수 있어 전투력을 극대화한다. 계급이 높다고 해서 부하들이 모두 존경하고 따르는 것은 아니다.
건전한 정신과 고결한 인격을 갖춘 장교를 부하들은 존경하고 따른다. 그리고 부하는 훌륭한 선배들을 닮으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멋진 군대 문화를 형성하고 전통이 되는 것이다. 삼국지의 “勇將不如智將, 智將不如德將”(용장불여지장,지장불여덕장·용기 있는 장수가 지혜로운 장수만 못 하고, 지혜로운 장수가 덕을 갖춘 장수만 못 하다)은 덕이 있는 장수가 제일임을 잘 나타내는 대목이다.
진급 심사는 100m 단거리 경기와 같다. 0.01초 차이로 우승자가 결정된다. 그래서 진급선발심사위원회라고 명칭을 부여한 것이다. 능력이 부족하고 결격 사유가 많아서 진급이 안 되는 것이 아니고, 우수한 그룹 중에서 상대적으로 조금 나은 대상자가 선발되는 것이다. 그래서 2, 3차에 진급한 사람이라도 나중에는 1차로 진급할 수 있는 것이다.
진급에 모든 것을 걸고 진급만을 위해 일하는 장교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아이젠하워 장군·마셜 장군·니미츠 제독 등은 진급을 일찍 시켜 줘도 사양했던 명장들이다. 그들은 또 진급만을 위해서 일하는 장교를 경멸했다. 우리가 군에 입대한 것은 조국을 위해 멋진 군인이 되려고 한 것이지 진급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각군에서는 훌륭한 인재를 선발하려고 다방면에 걸쳐 진급 선발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진급 심사 대상자들은 앞서 강조한 장교로서의 덕목을 갖추는 데 최선을 다했는가 차분히 생각하고 심사 결과에 승복할 줄 알아야 한다.
<윤 연 前해군작전사령관 (예) 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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