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중 문화마당] 銅臭의 나라
최열(崔烈)이라는 사람이 동전 500만전(錢)을 주고 사도(司徒)라는 대단히 높은 벼슬자리를 샀다. 우쭐해진 그는 아들에게 『세상에서는 무엇이라고 평하더냐』고 물었다. 뜻밖에도 아들은 『세상사람들은 구릿내가 난다고들 말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최열이가 바친 것은 동전이 아니라 은덩어리며 금덩어리들이었다. 그러나 동전밖에 만져본 적이 없는 서민들로서는 금덩어리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지난 몇 해 동안에 그런 구릿내가 견딜 수 없을 만큼 우리네 코를 찌른다.『나는 아무개 회장이 사과상자에 넣어 보낸 어마어마한 돈을 보관하고 있다가 권력자 아무개에게 전달했다. 돈은 당시 내가 살던 아파트로 배달됐으며, 배달된 사과상자는 보료와 책장 하나뿐인 서재(7~8평규모)에 차곡차곡 쌓았다. 천장까지 가득했는데… 돈냄새 때문에 어지러워서 잠을 못잤다.』 이렇게 지난 해에 어느 여권인사의 부인이 폭로한 적이 있다. 몇 년 째 해외에서 도피생활을 한다는 그 회장을 불러들인다는 얘기가 전혀 없다. 폭로자를 무고죄로 고발했다는 얘기도 없다. 또 다른 아들도 그동안 얼마나 많은 근로소득세를 내왔는지는 모르지만 미국에서 수십만 달러의 저택을 사들이고 한달에 1억원 가까운 돈을 쓰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런 돈이 모두 어디에서 나왔는지도 궁금하지만 그들이 제대로 소득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명백한 탈세가 된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각종 「게이트」들의 관계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다른 때에는 마치 정의의 화신처럼 눈을 부라려오던 세무당국이 이상하게도 꿀먹은 벙어리들이다. 하기야 아무리 캐낸다 해도 검찰이 「대가성 없는 돈」이었다고 판단하면 그만이기는 하다. 한때 미국 폭력범죄조직을 주름잡던 알 카포네가 권력형범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적이 있다. 『상류사회란 사회적 지위를 잃지 않고 이익을 만끽하려는 뻔뻔스러운 놈들이며 이들 ‘훌륭한 사람들’은 합법적인 공갈을 일삼고 있다.』 그러니까 이들에 비기면 자기는 훨씬 양심적이라는 것이었다. 알 카포네가 설치던 당시의 미국에서도 구릿내가 물씬거리고 있었다. 구릿내가 극에 이르면 법이 질식하게 된다. 이때에는 법이란 힘센 사람에게는 길게 끊어주고 만만한 사람에게는 짧게 잘라 파는 엿장수의 엿가락과도 같다.
그러나 구릿내의 독기는 법만이 아니라 나라 안의 모든 사람들의 심성에까지 파들어 간다. 최열의 시대에는 그래도 우리만큼 구릿내가 심하지는 않았는가보다. 적어도 그의 아들은 양심이며 염치를 잃지 않고 자기 아버지에게 직언했다.
어느 선승이 제자들에게 물었다. 『두 사나이가 굴뚝 속에 들어가 청소를 했다. 한 사나이는 그을음을 얼굴에 잔뜩 묻히고 나왔다. 또 한 사나이는 전혀 그을음을 묻히지 않고 깨끗한 얼굴로 나왔다. 이런 때 어느 쪽 사나이가 얼굴을 닦을 것같은가?』 한 제자가 선뜻 대답했다. 『그야 얼굴이 시커멓게 더러워진 사나이가 얼굴을 닦을 게 아닙니까?』 이 말을 듣고 『너는 깨달으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얼굴이 더러워진 사나이는 얼굴이 깨끗한 사나이를 보고 자기 얼굴도 깨끗한 줄 알 것이다.
반대로 얼굴이 깨끗한 사나이는 얼굴이 더러워진 사나이를 보고 자기 얼굴도 그렇게 더러울 거라고 여길 게 아니겠느냐.』 또 다른 제자가 이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떡이자 스님이 그에게도 똑 같은 질문을 던졌다. 『물론 얼굴이 깨끗한 사나이가 세수를 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스님은 평하기를 『너도 득도하기는 한참 멀었다. 똑 같은 굴뚝 속에 들어갔는데 어찌 한 사람의 얼굴에만 시커멓게 그을음이 묻고 또 한 사람은 깨끗할 수 있겠는가.』 그러자 『평소에 스님께서는 마음을 닦으면 더러움 속에서도 더러움타지 않는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고 다른 제자가 물었다.
스님은 말을 잃었다. 그는 제2의 건국을 하겠다던 권력자들이 구릿내를 뿌리면서 온 동네를 썩혀나가고 있는 한국의 내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 홍사중 / 문화평론가 )
최열(崔烈)이라는 사람이 동전 500만전(錢)을 주고 사도(司徒)라는 대단히 높은 벼슬자리를 샀다. 우쭐해진 그는 아들에게 『세상에서는 무엇이라고 평하더냐』고 물었다. 뜻밖에도 아들은 『세상사람들은 구릿내가 난다고들 말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최열이가 바친 것은 동전이 아니라 은덩어리며 금덩어리들이었다. 그러나 동전밖에 만져본 적이 없는 서민들로서는 금덩어리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지난 몇 해 동안에 그런 구릿내가 견딜 수 없을 만큼 우리네 코를 찌른다.『나는 아무개 회장이 사과상자에 넣어 보낸 어마어마한 돈을 보관하고 있다가 권력자 아무개에게 전달했다. 돈은 당시 내가 살던 아파트로 배달됐으며, 배달된 사과상자는 보료와 책장 하나뿐인 서재(7~8평규모)에 차곡차곡 쌓았다. 천장까지 가득했는데… 돈냄새 때문에 어지러워서 잠을 못잤다.』 이렇게 지난 해에 어느 여권인사의 부인이 폭로한 적이 있다. 몇 년 째 해외에서 도피생활을 한다는 그 회장을 불러들인다는 얘기가 전혀 없다. 폭로자를 무고죄로 고발했다는 얘기도 없다. 또 다른 아들도 그동안 얼마나 많은 근로소득세를 내왔는지는 모르지만 미국에서 수십만 달러의 저택을 사들이고 한달에 1억원 가까운 돈을 쓰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런 돈이 모두 어디에서 나왔는지도 궁금하지만 그들이 제대로 소득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명백한 탈세가 된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각종 「게이트」들의 관계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다른 때에는 마치 정의의 화신처럼 눈을 부라려오던 세무당국이 이상하게도 꿀먹은 벙어리들이다. 하기야 아무리 캐낸다 해도 검찰이 「대가성 없는 돈」이었다고 판단하면 그만이기는 하다. 한때 미국 폭력범죄조직을 주름잡던 알 카포네가 권력형범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적이 있다. 『상류사회란 사회적 지위를 잃지 않고 이익을 만끽하려는 뻔뻔스러운 놈들이며 이들 ‘훌륭한 사람들’은 합법적인 공갈을 일삼고 있다.』 그러니까 이들에 비기면 자기는 훨씬 양심적이라는 것이었다. 알 카포네가 설치던 당시의 미국에서도 구릿내가 물씬거리고 있었다. 구릿내가 극에 이르면 법이 질식하게 된다. 이때에는 법이란 힘센 사람에게는 길게 끊어주고 만만한 사람에게는 짧게 잘라 파는 엿장수의 엿가락과도 같다.
그러나 구릿내의 독기는 법만이 아니라 나라 안의 모든 사람들의 심성에까지 파들어 간다. 최열의 시대에는 그래도 우리만큼 구릿내가 심하지는 않았는가보다. 적어도 그의 아들은 양심이며 염치를 잃지 않고 자기 아버지에게 직언했다.
어느 선승이 제자들에게 물었다. 『두 사나이가 굴뚝 속에 들어가 청소를 했다. 한 사나이는 그을음을 얼굴에 잔뜩 묻히고 나왔다. 또 한 사나이는 전혀 그을음을 묻히지 않고 깨끗한 얼굴로 나왔다. 이런 때 어느 쪽 사나이가 얼굴을 닦을 것같은가?』 한 제자가 선뜻 대답했다. 『그야 얼굴이 시커멓게 더러워진 사나이가 얼굴을 닦을 게 아닙니까?』 이 말을 듣고 『너는 깨달으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얼굴이 더러워진 사나이는 얼굴이 깨끗한 사나이를 보고 자기 얼굴도 깨끗한 줄 알 것이다.
반대로 얼굴이 깨끗한 사나이는 얼굴이 더러워진 사나이를 보고 자기 얼굴도 그렇게 더러울 거라고 여길 게 아니겠느냐.』 또 다른 제자가 이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떡이자 스님이 그에게도 똑 같은 질문을 던졌다. 『물론 얼굴이 깨끗한 사나이가 세수를 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스님은 평하기를 『너도 득도하기는 한참 멀었다. 똑 같은 굴뚝 속에 들어갔는데 어찌 한 사람의 얼굴에만 시커멓게 그을음이 묻고 또 한 사람은 깨끗할 수 있겠는가.』 그러자 『평소에 스님께서는 마음을 닦으면 더러움 속에서도 더러움타지 않는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고 다른 제자가 물었다.
스님은 말을 잃었다. 그는 제2의 건국을 하겠다던 권력자들이 구릿내를 뿌리면서 온 동네를 썩혀나가고 있는 한국의 내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 홍사중 / 문화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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