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신이: 류지성 (쓴 날: 2.15. 2006)
원문보기: http://www.seri.org/bt/btindex.html?btno=46
내가 다니는 직장이 협동심과 서로를 신뢰하는 분위기로 넘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혹시 '죄수의 딜레마'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마치 영화제목 같지만 재미있는 심리문제를 다루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죄수의 딜레마
큰 죄를 저지른 공범 두 사람이 함께 잡혀 와서 각각 다른 방에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둘 다 입을 다문다면, 3일간 구류만 살고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는데 또 다른 사람은 입을 다문다면, 고백한 사람은 무죄로 석방되고 다른 사람은 혼자 30년 형을 살아야 합니다. 둘 다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하면 함께 10년 형을 살아야 합니다. 이럴 경우 두 사람은 어떤 행동을 취할까요? 여러 경우의 수들을 놓고 딜레마에 빠지겠지만 결국은 두 사람이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하게 되어 10년형을 살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이들은 3일간의 구류만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10년형을 받게 될까요? 가장 큰 이유는 불신과 이기심 때문입니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이런 '죄수의 딜레마' 현상을 해석하면서 사회 구성원들의 불신과 이기심은 자기 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큰 손실을 주는 사례가 많다고 말합니다. 매년 우리가 여름철에 경험하는 산과 강과 바다의 휴양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쓰레기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도 '죄수의 딜레마' 현상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상사는 부하를 신뢰하는데 부하들이 신뢰있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경우, 어쩔 수 없이 상사는 부하에 대한 임파워먼트를 철회하고 감독과 통제를 하게 됩니다. 반대로 상사가 신뢰감을 주지 못할 경우, 부하들은 침묵하거나 아이디어를 더 이상 내지 않고 시키는 일만 적당히 하게 됩니다. 최악의 경우는 서로가 믿지 못할 때 일어나게 되는데, 회사 전체가 매우 타율적이고 책임을 전가하며 답답한 관료주의에 빠지게 됩니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볼까요? 회사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꽤 많은 연봉을 받는 고급간부들이 사원이나 대리급 정도가 하는 일에 매달리거나 감독과 통제업무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그것은 성격 탓도 있지만 대부분은 부하직원을 못 미더워 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평가 때마다 일어나는 것들입니다만, 열심히 일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자기보다 못한 사람이 승진시기가 가까웠다는 이유로 평가를 잘 받는 일이 생깁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인사고과를 믿지 못하게 되고 더 이상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고 마음 먹습니다. 승진연차가 되기까지는 적당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이 모두가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전형적인 모습들입니다.
엄청난 거래비용
'죄수의 딜레마'가 더 무서운 것은 회사에 높은 거래비용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높은 연봉을 받는 고급간부가 사원급의 일을 하거나, 직원들이 사기가 떨어져 적당히 일을 하게 되는 회사를 한 번 상상해 보죠. 얼마나 많은 재능과 인건비가 낭비되지 모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것들의 대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비용이기 때문에 그 해악을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의 병이 쌓이면 목숨까지 위협하듯이, 이런 모습은 결국 회사의 존망을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신뢰의 조건
자, 그렇다면,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신뢰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회사의 경우 신뢰를 무슨 운동이나 캠페인을 통해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신뢰는 '서로를 믿자'라는 구호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신뢰란 오랜 역사성과 경험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한 번에 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에 대한 인내와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뿐 아니라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조건을 반드시 갖추어야 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미쉬라(Mishra)는 역량(competence), 개방성(open), 관심(concerned), 일관성(reliable)이 핵심이라고 합니다. 부하들은 상사가 훌륭한 의사결정 능력이 있을 때, 상사들은 부하의 업무능력이 뛰어날 때, 고객은 높은 품질의 상품을 제공받을 때 상대방을 신뢰합니다(역량 충족). 또한 서로에게 거짓됨이 없고 투명하며 개방적일 때 신뢰합니다(개방성 충족). 뿐만 아니라 자기를 이용하지 않으며 진정한 관심을 보일 때 신뢰하게 됩니다(관심 충족). 마지막으로는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고, 한 번 하기로 한 것에 대해 일관성을 지킬 때 우리는 신뢰할 수 있습니다(일관성 충족).
재미있는 것은 신뢰의 조건인 역량, 개방성, 관심, 일관성 등의 관계가 모두 곱하기의 함수라는 것입니다. 한 가지라도 제로가 되면 전체는 제로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능력있고 개방적이며 진정한 관심을 보여도 만일 그 사람이 어제와 오늘이 달라서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신뢰할 수 있을까요? 능력도 있고 다른 것은 다 좋은데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진정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우리는 결코 신뢰하지 않을 것입니다. 질서가 우리를 편하게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고민하는 분이 계십니까? 서로를 믿는 믿음을 회복하는 것이야 말로 직장에서 우리를 가장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되지 않을까요?
(옮긴이 코멘트: 평소 조직의 Effectiveness 극대화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이 글이 시사하는 바가 매우 적확하고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고 주윗분들께 전달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하며 제가 그냥 퍼왔음을 밝힙니다) (참고로, 위에 표시해드린 링크는 제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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