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다음 검색의 실시간 키워드 15개를 보았습니다. 실시간으로 통계가 업데이트되고는 있었지만 잠시 지켜본 결과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연예 이슈 11, 사회 이슈 1, 건강 이슈 1, 스포츠 1, 정치(국방) 1.
오늘은 동해상에서 한미 연합 훈련이 시작되었고, 북쪽에서는 핵억제력에 바탕을 둔 보복성전 운운하고 있는 날입니다. 그런데 위 분류 중 정치(국방)으로 분류한 것이 북한의 보복성전 다짐 관련 실시간 검색이었습니다. 우선순위도 후반부에 들어 있었습니다.
저는 갑자기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엇으로 하루의 삶의 주제를 삼는가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자신의 운명, 아니 나라의 운명에 대한 생각보다 연예인의 성형이나 선정성 논란을 불러 일으킨 미성년 여자 연예인의 골반댄스가 훨씬 관심이 높은 사회인가 봅니다. 관심의 우선순위란 삶의 가치의 우선순위라고 바꿔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언제나 연예 관련 검색어가 1등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예인들의 활동이 내가 하지 못하는 활동의 대리만족을 주기 때문일까요? 그들의 행동이나 움직임 하나 하나가 모두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아님, 나는 연예인은 아니지만 연예인 못지 않은 활동을 하고 싶은 것일까요?
엉치에 뿔난 한 목사의 북한 유랑기가 뭇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는 이 때, 마치 불난 집에 기름 붓듯이 그런 망나니 하나가 온 나라의 국격을 갉아먹고 있는 이 때, 왜 사람들의 관심사는 다 커지도 않은 한 어린 연예인이 TV 프로에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 미친 듯 뒤흔든 엉덩이에나 관심을 쏟아 붓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사진으로 본 그 장면은 사람들을 안쓰럽게 하는 것이지 결코 선정적이거나 섹시하거나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연예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 몇몇 성숙하지 못한 사람들의 장난에 의해 마치 대단한 가치를 지닌 콘텐츠인 것처럼 포장되는 것,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바뀌어지면 좋겠습니다. 좀 더 공동의 선을 위한 작업이 되면 좋겠습니다. 정말 공유해야 할 가치가 있고 누구나 그 장면을 보고 동의할 수 있는 그런 콘텐츠라도 선정되면 이런 실시간 검색을 지켜보는 장삼이사의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내용을 눈요깃감으로 둔갑시켜 스타 마케팅을 하려는 얕은 술수에 속아 넘어가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참, 누군가의 손에 의해 제작된 것이 아니고 뭇사람들의 관심에 의해 이 실시간 검색이 업데이트되고 있군요. 결국, 책임은 저 같은 장삼이사의 얄팍한 관심 수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가요?
사람들이 사는 가치, 추구하는 가치가 적어도 그렇게 얄팍한 것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면 참 좋겠습니다. 모두가 아름다운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적어도 마음만은 그렇게 편한 세상에서 살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태정루 탄금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계산의 마이크로코즘 (0) | 2010.08.03 |
---|---|
묵묵히 책임을 다하시는 문화해설사 (0) | 2010.07.28 |
삶의 전환기? 인생의 기로? (0) | 2010.07.23 |
자득 (自得) (0) | 2010.07.21 |
[펌] Happiness May Come With Age, Study Says (0) | 2010.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