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정루 탄금대

길위의 인문학 - 여수, 통영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숨결을 느끼다

태정 (泰亭) 2010. 7. 15. 00:46

내 프로그램이 아니라 여기고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않았던 '길위의 인문학' 이었지만 이번에는 뭔가 생각이 달랐다. 이런 때 참가하지 못하면 언제 또 해보리... 라는 강력한 희망으로 조선일보 사이트에 신청을 했다. 뒤늦게 온 연락, 그리고 1박 2일의 감격.

 

이순신 장군은 전라에도 경상에도 훤훤장부로 살아 있었다.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근엄함과 자상함, 도덕과 신뢰, 그리고 소통과 섬세함을 갖춘 '복장'으로. 진남관에서의 충무공이 임란에 뛰어들기 전 신중함에 신중함을 거듭하던 모습이었다면, 제승당과 수루에서의 충무공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제독 중의 제독이었다. 적정을 살피고, 군력을 키우고, 전력을 가다듬고, 자신의 심신을 도량하고, 국가의 존속을 위해 몸바쳐 지키고자 한 오직 외길의 충성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큰 덕과 무와 예를 갖추고서도 '자득'의 경지에 든 큰 어른이셨던 충무공. 140명의 참가자는 이순신 장군 연구의 대가인 노영구 교수, 자존감 높은 향토사학자 박정욱 님(통영)과 조미선 님(여수), 그리고 최고의 문학가인 박범신 님, 신세대 사이에 뜨는 성우 서혜정 님, 프로그램의 묘미를 한층 끌어올린 시인 곽효한 님이 돌아가면서 임진왜란과 유적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에 몰입했으며 가수 손병휘 님의 열정적인 노래에 장단을 맞추기도 했다. 고산자, 은교 등 박범신 작가의 작품을 서혜정 성우의 목소리로 듣는 것도 자못 멋졌다. 새로운 맛이었다. 문학과 역사의 만남이자 인문학과 연예의 만남이기도 했다. 

 

참가자 구성도 어린이로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아저씨, 아주머니, 할아버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눈높이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몹시 고민스러웠겠다는 안쓰러움이 일었다. 생전 처음 가는 서울-여수 길을 무궁화호로 여행하면서 우리나라 산하의 아름다움도 만끽했다. 참가비에 비해 프로그램의 질과 숙식 또한 엄청나게 좋았다. 프로그램의 격도 여타 1박 2일 여행상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높아 보인다. 프로그램 이름에서 오는 값어치가 실제 참가를 통해 더욱 피부에 와닿은 경험이었다. 보통 여행으로는 경험하기 어려운 엄청난 기회였다. 10:1의 경쟁을 뚫고 선정되었다는 그 기쁨보다는 이렇게 다양한 계층의 참가자가 모인 행사에 일원이 되었다는 사실이 더 감격스럽다. 이런 류의 프로그램이라면 언제라도 달려가리라는 생각을 한다. 이번 행사 주최, 주관, 후원사 모두께 가슴으로부터 우러나온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 진행될 남은 프로그램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물론 또 다른 참가 기회가 생긴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그 많은 설명과 역사적 지식이 내 머리에서 사라지더라도 충무공의 나라를 향한 충성과 구국의 정신 만은 영원히 살아 있으리라 믿어 본다. 이번 프로그램 교육에서 그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사실을 하나 더 알게 되었다.  충무공이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었기에 르네상스도 가능했다. 만약 이 때 왜군에게 길을 내주어 명나를 치게 했다면 아마 유럽을 포함한 근세사는 100년은 뒤지게 되었을 것이라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주장이었습니다.

 

(조선일보 관련 기사 읽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7/11/2010071100949.html )

(참고 동영상: 제7회 역사의숲 - 위기 극복의 리더십, 유성룡에게 찾다, 이우태 교수 (KMA 강연) => http://kma.or.kr/k_storage/semina_list.htm#state=view&board_id=26&item_id=10227 ) 

 

                     전라좌수영 객사가 있었던 진남관. 규모가 대단하다.

                    충무공 관련 최초의 사당인 충민사. 이억기 장군, 안홍국 장군과 함께 모셔져 있다.

                     거북선의 건조와 피항이 이뤄졌던 굴강. 폭 45미터. 깊이는 2.5미터 정도였다.

                     잡인, 특히 군사지역으로의 민간인의 출입을 금했던 표지석인 벅수. "벅수같은 놈" = 바보같은 놈.

                     박범신 님, 서혜정 님, 곽효환 님이 주관한 "인문학의 바다, 이순신을 만나다' 세미나 장면

                     격을 갖춘 재야가수 손병휘 님 -- 편지, 개여울, 진달래, 그대를 만나기 전에, 갈 수 없는 나라 등을 멋스럽게 불렀다.

                     등대 그리고 섬이 그린 수채화

                     제승당으로 들어 가는 길에...

                     제승당 앞으로!

                     제승당 앞으로 앞으로!

                     수군들이 근무를 섰던 곳이랍니다. '수루'

                     '수루'에서 읊으신 시는 아니라고 하네요. 어느 섬에서 그렇게 깊은 시름에 빠지셨을까요... 억센 비가 마치 주름을 펼친 듯 하군요.

                     박범신 님께서 '고산자' 중 일부를 읊어 주셨습니다. (한산정)

                     이순신 연구의 대가로 알려진 국방대학교 노영구 교수의 제승당에 대한 역사 설명. 

                     진정한 향토사학자 박정욱 님의 이순신 장군과 난중일기 관련 열변은 모든 사람들을 웃고 감동하게 만들었다.

                     한산대첩 승전비와 기념 거북탑을 멀리서 담아보았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건립된 것들입니다.

                     삼도수군통제사 본영으로 300년 이상 이어 온 통영의 상징, 세병관

                               우연히 1995년 경 만났던 친구를 여기서 다시 만났습니다!!

                                                       조선일보에 게재된 관련 행사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