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정루 탄금대

누구 책임? --- 국내 최대 SW 기업 몰락

태정 (泰亭) 2010. 7. 7. 00:20

지난 주 토요일 국내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의 몰락이란 사설과 관련 기사를 읽었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입니다. 믿고싶지 않은 뉴스였습니다. 참담한 심정을 가눌길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SW 산업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주로 하드웨어를 담당하던 곳을 떠나 소프트웨어 담당이 되어 회사를 옮겼던 2008년 중반에 저는 그 T사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알게 되었었습니다.

그때까지 실렸던 기사로 미뤄보나 지인들로부터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보나 완벽한 회사 상태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는 온통 장밋빛 기대와 희망이었으며, 대한민국 소프트웨어산업의 미래는 이 회사의 어깨에 놓여 있는 듯 했습니다.

내부역량이나 경쟁사 역량을 보면 도저히 그렇게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제 판단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비판을 대놓고 할 수 있는 상황 또한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만나는 사람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다 보면 항간에 파다하게 퍼져 있는 얘기조차 부정당하거나 그 회사의 경영진에게는 우이독경이었다는 것입니다. 독재적인 경영에 귀를 닫고 자기 목소리만 강조하는 최고경영자에, 우리나라의 자존심이라며 신주 떠받들듯 한 주변의 정치, 경제, 업계 전문가들에, 치졸한 애국심에 기대어 명확하고 도발적인 경쟁 글로벌 업체들의 실력을 벽안시한 채 밀어주기로 일관했던 시장 분위기 ... 다들 한 통속이 되어 저들만 애국자들인양 의기양양하게 목소리를 높였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물론 충심에서 우러나온 걱정이야 많이들 했죠. 시끄러울 정도로 그 회사의 난맥에 대해 비판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져 나온 것도 사실입니다. 문제는, 그 비판의 목소리는 들을고 하는 사람에게만 들렸다는 것입니다. 루비콘 강을 건넌 것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왜 방침을 되돌리지 않았는지... 왜 성급하게 애국심 마케팅을 전개하며 불필요한 용력을 펼쳤는지... 정확한 핵심역량 분석을 하지 않고 문어발 확장을 기도했는지.... 내부 직원들의 충언도 자주 새 나왔습니다만 조금만 더 참으라는 격려 아닌 격려만 공허하게 메아리 쳤던 것입니다.

 

대한민국 사람치고 T사의 건승을 빌어마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방식은 달랐습니다. 맹목적 애국주의에 넋나간 사람처럼 무조건적으로 지원한 쪽이 있었는가 하면 건설적인 비판을 하며 진정 안위를 걱정했던 훨씬 더 격조 높은 전문가들도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 회사가 이룩해 온 역사를 알고 있는 분들이라면 꺽이기 전의 열정과 성장이 왜 그렇게 힘없이 꺾여버려야 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총체적 난관이 전 직원들의 무능에서 비롯되지 않았음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저로서는 그 부분이 못내 너무 아쉽습니다. 이제와서 한탄한들 그 옛날이 다시 올 수 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 야당은 천안함 사건의 국조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이번 이 사건의 원인에 대해 심층조사를 하고 그 사실을 온 국민과 기업인들에게 발표하는 것이 훨씬 더 애국적인 조치가 될 것임을 믿습니다. 엉뚱한 애국심의 발로에 의해 한 기업이 스러져간 역사의 후반부나마 일부 온전히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아니, 저의 판단이 그렇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