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정루 탄금대

정약용이 책을 배달했소! - 정.약.용.책.배.소.

태정 (泰亭) 2010. 3. 6. 19:05

어제 밤늦게 KBS에서 문용린 서울대 교수가 한 강좌에서 강조된 내용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도덕 교육에 필요한 6가지를 강조한 것인데, 정.약.용.책.배.소로 요약했습니다.

정직, 약속, 용서, 책임, 배려, 소유 6가지를 잘 익히고, 실천하고, 늘 지키면 선진국, 1등 국가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정직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 먹었냐는 간단한 질문에도 이것 저것 재다가 안먹고도 먹었다고 거짓말 한다. 일평생 살면서 더 위급한 상황에 꼭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 할 그런 때를 위해 절대 거짓말은 하면 안된다. 언제나 정직해야 한다.

 

약속.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약속의 우선순위는 중요한 것 우선이다. 그러나 세계 사람들의 약속 우선 순위는 먼저 한 약속이 앞선다는 것이다. 느닷없이 생기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미 해 둔 약속을 어기는 것, 이건 약속에 관한 기본 룰이 아니다. 먼저 한 약속을 지키는 것, 이것이 세계인들의 약속관이다.

 

용서는 어떨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서로 싸운 경우 서로가 서로에게 늬가 나한테 와서 용서를 빌지 않는 한 내가 다시 널 보나 보자 하고 절대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 용서하는 방법을 모른다. 가르치지도 않는다. 그러나 세계인들의 용서는 그 증오하는 마음 자체를 우리 몸 밖으로 몰아내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방식의 용서이다. 내 마음 속에서 미워하는 감정을 지워버리는 것, 그것이 진정한 용서다.

 

책임.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인적인 책임과 공적인 책임을 혼동하고 있다. 회사에서 일하다가도 친구, 친척, 가족 등 손님들이 찾아오면 하던 일 다 팽개치고 그들을 맞이하고 업무는 제껴둔다. 그러나 회사 생활, 조직 생활은 그런 것이 아니다. 공적인 책임 수행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배려. 배려라는 것은 이해하고 양보하고 인정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뭔가 네 가지 속성을 말씀하신 것 같은데 이해, 양보는 맞는 것 같구요.) 우리에게 배려심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배려라는 것은 아는 사람들에 한정되어 있다. 모르는 사람들과 아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나 큰 차이가 난다. 가족에 대한 배려, 친척, 친구에 대한 배려, 이웃에 대한 배려, 모르는 사람에 대한 배려... 이런 종류의 배려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똑 같은 배려가 필요하다. 죄지은 친구를 감싸주고 정의의 실천을 막는 것보다는 차라리 지은 죄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치루게 하고 그 이후에 있을 어려움에 대해 친구로서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배려 아닐까.

 

소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소유의 개념은 세계인들보다 2가지 정도 더 많다. 세계인들의 소유 개념은 내 것, 우리 것, 남의 것 이렇게 세 가지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임자없는 것 이라는 개념이 하나 더 있다. 그러다 보니 길에 떨어져 있는 돈도 먼저 줍는 놈이 임자라는 개념이 하나 더 있는 거다. 그 돈을 주워 경찰서에 갖다 준다 한들 임자없는 물건을 처리하는 기준이 되는 매뉴얼이 없으니 그 물건이 원 임자에게 제대로 전달될 지 확신이 안서는 거고, 그러다 보니 차라리 그 주운 돈으로 아이스크림이나 사먹자.. 이렇게 되는 것이다. 엄마와 아이가 길을 가다 이런 상황을 맞고, 그런 방식으로 길들여진 채 자라게 되면 소유에 대한 글로벌 기준의 3가지 개념이 자리잡을 방법이 도무지 없다. 독일의 경우, 이럴 때 엄마가 아이에게 하는 첫 마디는 "만지지 마, 그대로 둬" 이지만 우리나라 엄마들은 "빨리 주워, 먼저 줍는 놈이 임자야"  랍니다. .........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런 행동의 결과는 나중에 어떻게 축적되어 나타날까요?

 

참으로 가슴에 와닿는 강의였습니다. 30여명의 청중도 다들 머리를 끄덕이고 메모를 하고 미소를 짓고 박수를 치며 공감을 쏟아냈습니다. 문 교수께서는 오늘의 방청객 여러분이 이런 도덕의 새 기준 여섯 가지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첨병 역할을 맡아주십사 당부를 하시더군요. 그래야 우리나라의 국격이 올라 갈 수 있다고. 문 교수께서 특히 강조하신 사항은 아이들에 대한 이런 기본 도덕 교육은 가정이 책임져야 하고,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서는 연습하고 실습하면서 습관화하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가정, 이런 교육을 감당할 능력과 열정이 있을까요? 본성, 통제, 자아실현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이 여섯가지의 도덕률을 진작시킬 수 있는 추진제가 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열정적으로 자신을 변화시켜 가며 그런 세계적 수준의 도덕을 지키기 위해서는 내가, 우리가 뭔가 새로워져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이런 변화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자아실현' 요소를 통한 변화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하시더군요.  

 

국격과 도덕, 뗄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입니다. 선진국이 되려면 당연 도덕률이 높아져야 하고, 도덕률이 높아지면 당연히 멋있는 나라가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단순히 GDP만 높은 선진국이 아니라 국격을 갖춘 멋있는 문명국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우리 대한민국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