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주 금요일인 9월 25일 휴가를 내고 운악산 근방에 있는 썬힐CC에서 난생 처음 27홀 골프를 치고 왔습니다. 와이프와 모처럼의 시간을 잘 보내고 왔습니다. 골프를 치는 중에는 난생 처음 와이프가 종아리에 우리와 같이 쳤던 분이 친 공이 잘못 날아오는 바람에 정강이 부분에 공을 맞아 에그 후라이 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천만다행인 것이 근육이 뭉쳐 있는 그야말로 근육 스위트 스폿에 맞았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5번 홀인가였기 때문에 나머지 22홀을 치지 못하고 그냥 와야 될 뻔한 거지요. 병원에는 안가도 여전히 약 먹고, 연고를 바르고 있답니다. 하지만 크게 휴유증이 있을 것 같지 않아 정말 다행입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굳이 휴가 내고 골프 친 얘기를 옮기는 것은 공을 맞은 사실을 기록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는 길에 썬힐CC 근방의 포도판매장에서 사온 포도에 관한 얘기를 드리고자 함입니다. 시골이라면 순박한 생각과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과 여전히 자연 속에 묻혀 살며 변치 않는 시골인심을 가졌으리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믿음으로 수십군데의 포도농원 중 와이프가 차를 세운 조그만 판매대에서 운악산의 명물인 비가림 포도를 5kg 샀습니다. 사기 전에 맛을 보기 위해 한 알 얻어 먹었는데, 그 주인 왈, 지금 이 송이가 제일 안좋은 건데 손님 시식용으로 빼둔거예요... 그 송이는 사실 제가 박스에서 펼쳐 본 첫 송이보다 더 좋아 보였습니다. 송이도 더 굵어 보였고. 결국 그 포도박스를 사왔죠. 5킬로그램에 1만7천원이었으니 10킬로에 3만원 정도 받는 상품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포도를 냉장고로 옮기는 중에 아연실색하고 말았습니다. 2층으로 된 포도들이 1층만 제대로 된 송이들이고, 하단부에는 전부 윗단의 포도송이보다 반 아니면 3분의 1정도 되는 폐품처럼 보이는 것들이 전부 깔려 있었습니다. 더 문제는 진짜 비가림 포도 맛이 난 것은 윗단에 처음 꺼내먹은 거 하나밖에 안되어 보였습니다. 이전에도 친구가 사준 운악산 비가림 포도를 먹어 본 적이 있기에 정확하게 비가림이구나, 역시 잘 샀어 라는 말을 하며 와이프와 같이 잘 먹었습니다. 그런데 하단 부에 있던 것 중에 고르게 된 둘째 송이부터는 송이도 작고 맛도 보통 캠벨이었습니다. 비가림 포도는 머루포도와 맛이 거의 흡사합니다. 당도와 육질이 캠벨의 부드러움보다 훨씬 좋다고나 할까요. 굳이 비교한다면 수입 육우가 캠벨이라면 비가림 포도는 한우인 것처럼 아싹하니 씹히는 맛이 있습니다.
이런 소비자를 기만하는 상술을 뛰어나다고 해야할까요? 신고라도 해서 씨를 말려야 할까요? 아무리 팔고 나면 그만이라지만 그렇게 말도 안되는 포장에 거짓말로 팔면 끝인가요? 같은 나라 사람끼리 이렇게 판다면 괜찮은 건가요? 그렇게 파는 상술이 외국 여행객, 관광객, 아니 국내에 거주하는 100만이 넘는 외국분들에게 통할 수 있을까요? 왜 개망신 시키는 일을 자처하고 있는 걸까요? 생각같아서는 당장 달려가서 반품하고 손해배상도 청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아무리 무게를 맞추기 위해 송이를 선별했다 해도 서로 다른 품종을, 서로 질이 다른 송이로 박스를 구성했냐 하는 것입니다. 와이프는 심지어 아랫단의 포도를 수입한 게 아닐까 농담도 던졌습니다.
이런 상행위가 너무 싫습니다. 왜 정당하게 팔고 정당하게 벌지 못하는 것일까요? 지방 특산품으로 개발을 했으면 그 이미지를 끝까지 잘 유지해가도록 그 지방 사람들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야 할텐데 이렇게 쥐새끼 같은 행동을 해도 되는 걸까요? 그 지방 농협 같은데서 사기 근절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보다 나은 상행위,보다 높은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동맹, 보다 많은 고객을 끌어드리기 위한 공동노력... 이런 것을 전개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자신이 운영하는 포도농장도 없으면서 차떼기로 떼어와 판매만 하는 곳이 없다고 할 수도 없을 것 같은 이런 분위기, 정말 싫습니다. 그래도 서울 살면서 1년에 한 두번 갈까 말까한 지역에 가서 그 지방에 사시는 분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자 와이프한테 박박 우겨 조금만이라도 사자고 한 저의 마음을 완전히 갈아 엎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만들고 제대로 파는 아름다운 상행위, 정말 기대하기 어려운 걸까요?
늘상 이렇게 속고 사는 것이 정말 개개인의 운이어야 할까요?
우리나라의 맑고 밝은 앞날을 위해 이런 부류들을 좀 솎아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이런 경험을 하고도 다음에 이 가을에 또 썬힐을 가게 되면 그 때도 또 비가림포도를 사고싶은 마음이 남아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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