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회사근처에 있는 대도식당에서 소고기 구이에 파겉절이로 맛있는 식사를 한 이후 두드러기(은진)에 걸려 생고생하고 있습니다. 맛있는 고기로 유명한 대도에서 파겉절이를 먹고 생긴 첫 증상은 윗입술이 퉁퉁 붓고 딱딱해지는 증상이었는데요... 그날 고기를 사준 친구는 술도 같이 마셨는데 전혀 그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저만 바보되고 말았답니다. 근데 문제는 이놈의 두드러기가 얼마나 극성스럽고 청승맞은 것인지 경험하지 않은 분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초기에는 그냥 반점 같은 것이 돋다가 시간이 가면서 점점 덩어리 종류로 바뀌면서 부위를 이리저리 옮겨 다닙니다. 발끝에서 머리 끝까지. 그런데 저의 경우 다행이 호흡 곤란 증상을 일으키는 목안에 돋지는 않았습니다. 병원에 가면 제일 첫 질문이 호흡이 곤란하냐 입니다. 그럴 경우 바로 응급실로 들어가게 되죠. 한데, 이 피부병인지 내과병인지 알 수 없는 증상은 보통 옷으로 덮고 있는 몸 속에 나타나고 근지러운 것 외에 따로 증상을 설명할 길이 없어 응급실에 간다 해도 우선순위에서 밀립니다.
저는 이 두드러기 때문에 동네 병원 두 군데, 회사 근처 병원 한 군데... 그러다가 강남 세브란스로 옮겨 응급실에도 한 번 갔습니다. 집근처의 성산한의원에서 침도 2주간 맞았고, 한약도 한 제 먹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차도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증상에 대한 분석도 제대로 안하는 것 같고, 증상을 100% 이해하기 위해 옷을 걷고 온 부위를 정확하게 쳐다보지도 않고 문진에 의해 약만 처방하는 모습이 못내 미심쩍었지만 의사분들의 지식에 의존하기로 했었죠. 혹시 옴이 아닌가 돋아난 부위의 피부를 떼내 현미경으로 보고 검사도 하고 연고제도 발라 보았지만 전혀 딴 처방이었구요. 물론 하다하다 안되어 혹시나 하고 해 본 것이긴 했지만.
이런 모습이 의사드의 지식이 모자라거나 임상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저런 처방을 하는 데 있어 좀 더 다방면의 처방을 연구하고 있느냐 하는 의구심이 갈 뿐입니다. 제가 처음 응급실에 달려갔을 때 온 몸에 돋은 드드러기 모습을 보고 수액 투약을 받았습니다. 제 몸이 느끼기에는 분명 효과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중지하고 내일 피부과로 와서 다시 진료를 받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야간 응급실에 레지던트 정도의 책임자만 있는 상황에서 그것이 최선일 수도 있었겠지만 환자가 느낀 그런 부분을 좀 더 신경써서 처방에 반영했었더라면 어쩌면 두드러기 때문에 고생하는 기간이 좀 줄어 들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결국 그렇게 호전되지 않는 증상을 않고 시도 때도 없이 고생하다 두 번째로 응급실에 가게 된 것입니다. 어제 저녁에도 밤 12시가 지나고 증세가 이상해 응급실에라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낮에 모처럼 휴가를 내고 골프를 쳤었는데 맑은 공기에 5시간 정도 몸을 맡겼더니 의외로 컨디션이 참 좋아진 느낌을 받고 이제 좀 두드러기 증상이 가라앉으려나 하는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밤 10시가 되자 다시 짜증스런 증상들이 온 몸에 돋아 난 것입니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회사에서 가더라도 추가 치료를 받으려면 주말에 확실한 진단을 받아두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장대비를 마다 않고 택시를 타고 갔죠. 이번에는 처방에 따라 약 2개월간 먹었던 약이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고 툴툴댔습니다. 신종플루 검사다 더 급한 환자 돌보는 등으로 좀 길다 싶을 정도로 기다리다 다시 수액을 맞았습니다. 이번에는 다 맞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누워있는데 또 의사선생은 "이 수액은 다 맞지 않으셔도 됩니다" 라고 한다. 속으로 흥 하면서 이번에는 내가 다 몸에 넣어 가고 말겠다고 대꾸해줬죠 ^^ 택시비 왕복 14000원, 진료비 처방비 합해서 65000원. 새벽 0시 30분에 나가서 4시에 돌아왔으니 3시간 30분 동안의 시간 투자, 그리고 딱부러진 결심, 그리고 비가 와도 가고 말겠다는 집념, 제발 이 증상을 없애고 싶다는 소망과 열망... 이런 것이 어울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까지 아무 증상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수액 한 봉지에 2가지의 추가 약재를 넣어 투여받고 이런 정도의 증상 호전이 될 정도라면 지난 첫 응급실 방문시 만약 이렇게 한통을 다 맞았더라면 이런 개고생 생고생은 덜하지 않았을까 하는 돌팔이 같은 생각을 해봅니다. 환자인 저로서는 두드러기가 피 문제라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피 속에 뭔가 깨긋하게 해주는 액이 들어가면 증상이 나아질 거라고 막연하지만 근거있는 생각을 한 것이었는데... 의사들은 왜 자기들 생각, 선배들이 해왔던대로만 행하고 생각하고 말하는 걸까요?
환자도 할 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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