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정루 탄금대

웰빙 삶의 실천을 체험하다

태정 (泰亭) 2007. 6. 24. 21:23

지난 금요일(6월 22일) 오후에는 휴가를 내서 홍천에 다녀왔습니다. 예전 회사 동료분이 통나무집을 짓고 사는 한적한 산골 동네를 갔습니다. 갈아입을 내의하고 겉옷만 가지고 코디에게 완전히 얹혀 간 최고의 휴식이 될 줄 미쳐 몰랐었죠. 그런데 물어물어 약간 헤매다 도착한 이 산골, 그야말로 환상적인 자연 속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멀리 보이는 산자락이 겹쳐 풍경화를 만드는가 하면 너른 들판처럼 주욱 펼쳐진 밭에 가득 핀 망초가 이불을 두른 듯 한데, 통나무 집은 운치를 더하고 주인장이 손수 지은 통나무집은 산속의 오두막이 아니라 최고의 펜션 그 자체였습니다.

 

와인 앤 다인의 향연이 이어지고, 닭다리와 스테이크, 갓잡은 돼지 목살고기가 향긋한 바베큐 구이로 변해가고 배야 터져라 먹었습니다. 채마밭에서 갓따온 상치, 깻잎, 고추, 치커리는 비닐하우스에서 기른 것들과는 향기나 맛 자체가 달랐습니다. 때마침 알맞게 익은 오디와 수박은 또 얼마나 잘 익었던지. 풍요한 저녁을 마치고, 장작불을 지펴 잠시 숙연하면서도 과거를 돌아보는 담소 시간을 가진 뒤 스러진 참나무불을 뒤로 하고 별구경에 들어갔습니다. 하늘이 일부 구름에 가리긴 했으나  홍천군 내촌면에서 보는 하늘은 아름답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 많은 별들을 얼마만에 보는 건지... 산 속이라 바람막이 옷을 입고도 몸은 시린데 마음만은 푸근하고 포근했습니다. 수박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세상사는 얘기를 하고, 미래에 대한 준비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주인장의 부동산 재테크 강의에 모두 혀를 내둘렀습니다.

 

그 많은 얘기 중에 유난히 우리 모두의 무릎을 치게 만든 지혜 한 가지. 전원주택을 지어 자기가 살고 싶은 땅을 사려면 한겨울에 주변 나무의 잎새들이 모두 떨어져 주변 경관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을 때 결정을 해야 한다고. 혹시 그 숲 안에 눈에 보이는 무덤이라도 있다면... 울퉁불퉁하게 깍아지른 암벽이라도 있다면 ... 어쨋든 이리저리 많이 돌아다닌 후에 선택을 해야 한다... 이 한마디에 우리 모두 역시 부지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공으로 갖춰진 펜션에는 여러 군데 가 보았지만, 이렇게 자연 속에 통나무만으로 지은 집이 훨씬 내 마음을 앗아 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산 속에서 자연과 하늘, 숲과 나무, 채소와 풀, 태양과 달, 밤나무와 뽕나무, 망초와 복분자, 반딧불이와 구름 ... 이런 다양한 자연이 있기에 살고 싶고 머무르고 싶고 또 오고 싶은 것 아니겠습니까. 이날, 도회지 출신 세 사람은 반딧불이를 처음으로 보았답니다. 저야 어릴 때 부지기로 보았던 것들인데, 정말 오랜만에 주변을 맴도는 반딧불이 대여섯마리를 보았습니다. 어찌 저 조그만 몸에서 저렇게 밝고 아름다운 주황색 빛을 생산해내는지....  

 

사진기를 가지고 가지 않아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 몇 컷으로 이 날의 감동을 담아봅니다.

 

 바로 보이는 통나무집은 핀란드산 수입 완제품으로 설치하는 것과 함께 200미터 지하 우물 파고, 정화조 시설하고, 욕실에 순간온수기 등 시설하는 것 합해 당시 가격으로 4천만원 들었답니다. 가격 대비 짱이라 여겨졌습니다. 나머지는 주인장이 주말이며 휴가며 이런 여분의 시간을 공들여 투자한 결과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집짓는 방법에 관한한 도사처럼 보였습니다. 정말 품도 많이 팔았고, 건축 공부도 많이 한 주인장이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했습니다. 

목조건물에 연해있는 평루에서 바라 본 전경입니다. 정남향의 집에 북으로는 산이 있고 앞에는 개울이 흐르는 곳으로, 풍수적으로는 키의 안쪽에 해당하는 명당이라네요... 

 

 망초가 이렇게 군락으로 피어 있으니 잡풀이 아니라 아름다운 정원수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주인장이 책을 보며 직접 품을 팔아 만든 목조건물입니다. 운치가 있지 않나요? 전문가를 시켰으면 한 3천 만원 들었을 거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한 달여에 걸쳐 완성한 후 손목을 한 달간 쓰지 못했답니다. 잡아주는 사람 한 사람만 있었더라도 덜 고생했을텐데 하는 얘기를 들었을 땐 영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앞에 보이는 그네는 코스트코에서 샀답니다. 정말 어울리는 한 쌍 아닌가요?!

 한 5년 전에 심은 매화 나무에 매실이 탐스럽게 열렸습니다. 주인장이 일요일 날 따서 집으로 가져 간다고 했습니다. 채마밭 전경입니다. 가꾸는데 너무 힘이 들어 올해엔 욕심을 덜 부렸답니다. 고추, 상치, 치커리, 토마토, 들깨 등이 자라고 있고, 앞마당 쪽으로는 호박, 옥수수, 콩, 복분자 등이 자라고 있답니다.

총 2300평 대지에 집을 위한 공간은 그리 넓지 않습니다만, 편의시설은 완벽하게 갖춰져 있습니다. 방은 두 개지만 18명까지 함께 숙박한 적이 있답니다. 주인장의 푸근한 마음으로 이런 축복받은 공간에 와서 심신을 풀고 자연의 향기를 품으며 인생의 멋과 맛을 관조하며 새로운 삶의 용기와 지혜를 얻어가는 분들이 꽤나 많답니다. 7월 초에는 옛 부서 동료들이 스무 명이나 놀러 온다고 미리 잔� 신이 나있는 그런 분이십니다. 이미 연간 호스팅 플랜이 다 있는 듯 했습니다. 좋은 집을 가지고 좋은 분들을 초청해 함께 좋은 시간을 가질 수있는 마음이 있다는 것, 그것 만으로도 이미 웰빙이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이 거기를 감싸고 있으니 정말 뭐라고 찬사를 해도 모자랄 지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