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정루 탄금대

현역은 권력이다

태정 (泰亭) 2010. 8. 11. 00:23

현역은 권력이다라는 말을 실감하며 하루하루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찮은 자리일지라도 그가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은 그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라인이 있다는 말이다. 그를 중심으로 한 조직의 라인이 형성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를 중심으로 하루의 업무와 생활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살아 있는 것이고, 움직이는 것이고, 나의 나임을 만끽할 수 있는 세상인 것이다.

 

그래서 모든 현역에 있는 사람들은 지위가 낮건 높건 자기다움을 갖춰야 한다. 자기만의 향내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가 아니면 접할 수 없는 인간다움을 지녀야 한다. 몸짓 말짓 손짓까지 그 다움을 자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 현역은 빛을 잃지 않는다. 길게 갈 수 있게 된다. 자기만이 갖는 영역을 표시할 수 있게 된다.

 

권력을 논할 때 큰 권력만 평가되고, 작은 권력은 늘 폄하된다. 권력에 대한 그런 경험, 그런 탓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현역에 있으면서 자신의 파워나 위상을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증거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권력이라 해도 바로 그것이 힘있는 권력임을 깨닫는 것이 나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그 자리에 내가 있음으로 해서 그 자리에서 비롯되는 모든 작용이 제대로 돌아가게 된다는 자부심 정도는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수위에서 사장까지 그가 그 자리에 있음으로 해서 그 조직이 늘 조화롭게 움직이고 있다는 자긍심을 되새겨야 한다. 내가 말단직에 있건, 고위직에 있건 그 자리에는 오직 내 혼자만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그 자리에서 업무를 계속 보는 한 그 말은 사실이고 진실이다. 수위도 본분에 어긋나지 않는 한 권력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작은 권력이라도 그 자리에 맞는 권력의 힘 만큼 사용되어야 모든 위계가 살게 되고, 어긋남이 없게 되는 것이다. 틈이 벌어지면 그 틈은 늘 날쌘 자의 음모에 의해 메워지게 된다.

 

그래서 현역에 있는 사람들은 늘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낮은 데서 향유할 수 있는 권력이 비록 보잘것 없을지라도 자신의 말과 행동에 의해 상처받을 사람은 언제나 있기 때문이다. 큰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사람들은 특히 더 명심해야 한다. 자신의 행동, 판단, 생각 하나 하나가 어느 누구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마각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힘은 셀수록 좋다. 크게 휘두를 수 있을수록 멋지다. 누구도 가져보지 못한 힘을 갖고자 늘 힘쓰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 못할 때도 있지만 그 본질은 같다. 모두 같다. 예외는 없다. 힘이 세면 더 가지고 싶고, 힘이 세면 더 해보고 싶어진다. 그게 돈이든 권력이든 타락이든 향유든 모든 것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력은 미래지향적이고 확대지향적일 수밖에 없다. 잃기 싫고, 놓기 싫고, 나눠 가지기 싫다. 온전히 내 것이어야 한다. 사실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힘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거나 세상의 바람대로 쓰일 용처를 찾지 못하는 것은 그 힘이 가야 할 사람한테 가 있지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힘 있을 때 처신을 어찌하느냐가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의 차이를 만든다. 바로 그차이가 그릇의 차이이고, 변용의 차이이다. 누군들 큰 사람이란 칭송을 받지 않고 싶을까만 큰 사람은 쉽게 나지 않는다. 역사를 돌아보아도 큰 사람이란 예찬을 받는 이는 그닥 많지 않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고 전설로 기억하고 있는 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일상에서 스러져간 큰 사람은 역사에 오르지 못해 크지 않은 것이 아니라 역사에 오를 만큼 크지 않았기 때문에 큰 사람이란 칭송을 받지 못한 것이다. 사람들이 어울려 살면서 주변에 자기보다 큰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살아가는 것은 행복의 원천이다. 자신의 롤모델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닮고 싶은 사람을 하나도 가지지 못한 사람은 불쌍하다. 그의 인생이 불쌍한 것이 아니라 그의 존재가치가 그 만큼 세상을 향해 펼쳐질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가 불쌍한 것이다. 같이 나고 같이 죽지만 누군 큰 사람으로 기록에 남고, 누군 이름없는 사람으로 영원히 잊혀진다. 세상은 경쟁이고, 모두를 기억해 줄 수는 더군다나 없다. 

 

그래서 권력은 힘이고 권력은 큰 사람을 낳는 원천이 된다. 아무리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큰 사람이 되고 싶은 희망은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 욕심마저 버린다면 이미 이 세상 사람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이 시간 당신이 아무 욕심없이 이 세상을 살고 있다면 당장 하나의 욕심을 만들어라. 큰 사람이 되리라, 권력을 가진 사람이 되리라. 작은 권력이든 큰 권력이든 가리지 않고 현역에서 누릴 수 있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싶다는 욕심을 부려라. 먼저 권력을 잡는 것이 순서다. 그리고 베풀라. 당신 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베풀어라.

 

현역이 권력이라는 것은 그 현역에서의 의무와 책임과 봉사를 통해 자기가 가진 것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나누지 않고 독식하는 권력은 존재의미가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여전히 권력을 독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도 곧 깨닫게 되리라. 권력은 나누는 데서 더 커지는 길이 열린다는 것을. 그래서 나누는 권력이 더 큰 권력의 원천임을.  나눔을 아는 권력이 멋진 권력임을. 그래서 아무리 작은 권력이라도 그런 권력을 누릴 수 있는 현역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이다. 문제는 아름다운 권력만큼 맑고 청아한 권력자가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현역, 그들은 영원한 역사의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