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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교자관] 본토를 뛰어 넘는 중국 맛의 진수를 맛보았습니다

태정 (泰亭) 2010. 1. 31. 00:56

압구정역에서 2번 출구로 나가서 갤러리아쪽으로 한 5분 걸어가면 오른쪽 골목에 있는 오향장육과 만두 전문점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간판은 산동교자관. 아주 멋있는 전서체로 간판이 붙어 있지만 갖춰진 좌석은 겨우 16개. 그래서 예약은 두 테이블 8인만 받는다는군요. 전에는 무조건 예약을 다 받았었는데, 예약손님들이 도착하는 시간이 일정치 않다 보니 무작정 좌석을 비워두고 기다리다 그 중간에 오는 손님들을 많이 돌려보냈기 때문이랍니다. 손님을 놓친 것이 아깝다기보다는 자꾸 헛걸음 하시는 손님들이 많아 너무 죄송하여 일단 오시는 손님 위주로 손님을 받는 것이 고객만족 향상에 더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하여 예약석은 최소로 운영하는 거랍니다. 혹시 예약손님 때문에 왔다가 헛걸음 하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안계시도록 고육지책으로 그런 꾀를 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록 테이블에 한 손님이 앉아 식사를 하더라도 합석을 시키는 일도 없고, 빨리 일어나라고 독촉하는 경우도 없다고 합니다. 지금 와계신 손님, 현재 드시고 계신 손님이 최고라는 거죠. 이렇게 확실한 고객응대 철학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면 그 가게의 음식맛이나 청결, 기타 여러가지에 대해 한번 믿어봄직 하지 않을까 합니다. 

 

지난 금요일, 저녁으로 오향장육, 부추잡채, 군만두, 훈툰탕, 물만두를 시켜 셋이 나눠 먹었습니다. 이과두주도 한 병. 양도 괜찮고, 가격도 좋고, 맛은 중국 본고장 보다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제 입으로는 확실히 더 좋습니다. 특히, 만두는 지금까지 먹은 것 중에 최고입니다. 단연 최고. 고기가 들어갔는데 고기냄새가 안 나는 것, 특히 그 비릿하고 역한 돼지고기 냄새가 싫어 만두를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걱정일랑 아예 접어두세요. 정말 환상입니다. 자고 일어나서 더부룩한 감도 없거니와 만두를 잔뜩 먹고 자고 일어난 뒤 나오는 트림의 그 역한 때문에 곤욕을 겪은 경험들이 있으실텐데요...산동교자관의 만두는 이번이 제가 두 번 째 저녁으로 먹은 건데, 여기 만두는 그런 일은 없습니다. 아예 더부룩한 감도 없거니와 트림은 낌새도 없습니다. 엄청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소화도 너무 잘 됩니다.

 

중국 5성급 호텔에서 먹었던 면보다 더 맛있는 국물의 훈툰탕도 환상입니다. 부부가 운영하는데, 두 분 다 중국 본토분들이시고, 사장님의 경우 요리인생 3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압구정 근처에서 몇몇 중국집을 거치다가 뜻한 바 있어 이 산동교자관을 연 모양입니다. 그 분의 손 맛을 잊지 못해 찾는 손님들 중에는 과거 장차관님도 계시고, 3대에 걸친 가족들도 있다고 합니다.

제가 음식점 가보고 이렇게 블로그에 올린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저 평범한 맛이 좋다고 생각하는 일반시민 기준이라 다소 제 입맛과 다른 취향을 가진 분들은 다르게 생각하실 수 있겠으나 이미 한 10여분의 입을 거쳐 똑 같은 반응을 접한 뒤라 이렇게 강력하게 추천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가족이나 친지, 연인 가리지 말고 모시고 가세요. 점수 충분히 따실 수 있을 것입니다. 혹시 맛은 못느끼신다 해도 그분들의 음식에 담긴 정성 만큼은 충분히 느끼시게 될 것입니다.

 

압구정동, 산동교자관 근처에 사는 한 친구 얘긴데요... 그 친구의 아버님은 만두를 너무 좋아하시는데 입맛에 맞게 하는 곳이 명동밖에 없어 20년 이상을 줄곧 명동으로 왔다갔다 하셨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 아드님이 여기 만두를 맛보고 아버님을 한 번 모셔온 뒤로는 그 아버님이 더 이상 명동으로 안나가신다고 하네요... 저도 그 친구의 소개로 첨 이곳에 갔었답니다. 


주소: 서울 강남구 신사동 615 현대종합상가 110호

전화: 514-2608-9  011-778-6381

메뉴: 짜장, 짬뽕은 없음. 우리가 먹은 것 외에 한 열가지 더 있음.

건물에 딸린 주차장: 언제나 만원; 바로 근처 공용주차장: 그것도 언제나 만땅이라네요...

 

좌석 16개가 고작인 아주 작은 식당. 그러나 고객을 향한 두 부부 사장님의 마음은 매우 열정적이고, 맛으로 승부를 거는 프로들이십니다. 중국 출신. 남편 분은 주방 경력 30년 이상. 바로 앞에 보이는 창가가 만두 빚는 작업대입니다.

 

오향장육. 이런 모습의 오향장육은 생전 처음 맛 본 듯 합니다. 아주 유명한 중식당에 가서도 시커멓게 절인 듯한 고기를 일정 크기로 잘라놓은 장육만 먹었었거든요. 사장님이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대표 메뉴입니다. 검게 보이는 것은 장육을 삶고 난 다음에 남은 육수를 두부로 만든 것이라네요. 먹는 법은 드실 때 가르쳐주실 것입니다. 

 

훈툰탕입니다. 국물이 시원합니다. 야채가 많이 들어가 느끼하지 않고 속을 풀어줍니다. 이 훈툰탕에 들어 가는 만두는 전혀 다른 종류라 따로 빚는답니다. 물만두 맛과 비슷한데 레시피는 다른 모양입니다. 좀 덜어낸 후에 찍은 것이라 양이 작아 보입니다. 아주 배가 고프지 않을 경우 이 한 그릇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만두를 간식으로 주로 드신다네요.

 

맛이 좋으면 그만큼 비싸지 않을까 걱정하실 수도 있겠다 싶어 메뉴표 올립니다. 재료공급 때문에 3월까지만 제공되는 부추잡채 메뉴는 고정이 아니라 저렇게 써붙였다가 떼고 새로 붙이는 모양입니다. 가장 비싼 메뉸데, 4월부터는 해산물로만 만드는 '전가복'으로 교체하기 위해 지금 댁에서 요리비법을 연습중이랍니다. 이미 잘 하는 요리지만 산동교자관을 찾는 분들의 입맛에 가장 맞게 만드느라 여러 번 실험을 하시는 모양입니다.

 

어쨋든 (소식가) 세 사람이 만나 배터지게 먹고 이과두주 한 병 곁들여도 6만2천원(부추잡채+오향장육+물만두+군만두+훈툰탕+이과두주)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