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애를 보지는 않았지만 평소 좋아하는 샌드라불록, 그리고 그와 늘 환상적인 호흡을 맞춰 온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을 했기에 오랜 전에 출시된 디비디를 빌려 보았다. 다소 황당한 시츄에이션이지만 지고지순한 사랑의 시공을 뛰어넘는 위대성을 그리기에는 충분한 소재요 배경이다.
'Persuasion'이라는 책의 내용이 바로 시월애와 같은 내용이라는 다소 허황된 설정이 짜맞추기란 느낌이 들지만 그 정도는 애교스럽게 봐줘야 할 것 같다. 2년 전에 죽은 사랑하는 사람 - 그녀가 첫 눈에 반했던 남자 - 를 살리기 위해 그 시점 그 상황을 재연해 다시 살려낸다는 설정이 얼마나 황당한가? 하지만, 그것이 사랑이기에 용서되고, 갈망이기에 이해되고, 염원이기에 동감이 된다. 그나마 기적적으로 해피엔딩과 더불어 만남이 이뤄진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같은 집에 2년의 시차를 두고 살았다는 역사만이 하나의 연결고리가 된 두 사람을 그야말로 connection으로 연결해주는 것은 오래된 편지. 임대용 '호수의 집'에 들고 날고 하며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채널은 편지. 어느 정도 마음이 통하게 되기까지 이런 저런 말을 주고 받다가 결국은 "Can this be happening?"이라는 현실적인, 직접적인, 그리고 정말 마음 통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를 확인하는 질문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초현실적) 현실은 오로지 그 둘의 사랑 만이 빚어낼 수 있는 또 다른 세상이다.
실제 세계에서 샌드라와 사귀는 남자 친구(실제는 남자 친구의 지위가 아닌, 그냥 친구같은 사이)가 황당한 사랑얘기를 듣고 넌 언제나 한 발자국 앞서가는 것이 탈이야 라고 충고를 하는데, 샌드라는 한 술 더 떠 "아니, 10 발자국을 앞서 간다해도 좋은 걸 어떡해"라고 천진난만한 조크를 던진다. 키아누와의 관계를 'long-distance relationship'이라고 여자 친구에게 소개한 샌드라지만, 그를 만나보고 싶어 하는 그녀의 갈망은 참 안스럽다. 그러나 그녀는 늘 당당하고, 속맘을 숨길 줄 아는 성숙한 여자다. 아직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자신의 온 인생을 다 걸고 싶어하는 지도 모른다.
레지던트로서 매일 격무에 시달리는 샌드라가 선배 의사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을 땐 무조건 끝 가는 데 까지 자신을 멀리 내보내버리는 것이 좋다는 충고를 받고 어느 날 찾아 간 곳이 바로 그 호수의 집. 뭔가 스토리의 연결을 시키자니 그렇게 된 것이기는 하겠지만, 인위적인 연결고리가 너무 티나게 보이는 것이 흠이다. 그래도 순수한 사랑의 묘미가 느껴지기에 재미있다.
그냥 스토리가 흘러가는대로 따라가다 보면 끝이 나는 영화, 특별하게 감미롭게 남는 것은 없지만 91분간의 killing time 용으로는 그런대로 음악과 풍경이 멋있는 영화다. 머리 나쁜 나같은 사람은 숨겨진 메시지를 읽지 못하겠지만, 영화를 잘 아는 분들은 이 영화에 숨어 있는 진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믿는다.
'태정루 탄금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틱 코미디와 인생 (0) | 2007.05.21 |
---|---|
물의 날과 생활 속 물사랑 실천 (0) | 2007.04.01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the devil wears prada) (0) | 2007.03.26 |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생각입니다 (0) | 2007.03.06 |
적과의 동침 - 사랑의 질곡, 비틀린 사랑의 종말 (0) | 2007.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