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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짓 존스'의 팬티가 1억 8천만원...?

태정 (泰亭) 2006. 9. 10. 13:08

그저껜가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주인공 브리짓이 입었던 팬티가 공개경매에 등장, 최고 1억 8천만원을 호가할 것으로 주최측이 전망한 기사가 있었다. 사진상으로는, "I love tummy"라는 펜글씨가 적혀 있었고, 키스 마크가 흐드러져 있었다. 보기에, 속된 말로, "빤쓰가 무지 크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감흥이 일지 않았는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저 팬티가 도대체 언제 어떻게 등장했길래 저런 값어치를 갖는다는 것인지... 마침 DVD가 있었기에, 다른 것을 보려다 이 영화를 먼저 보기로 했다.

 

[Bridget Jones: The Edge of Reason]

 

- '브리짓 존스의 (이성적) 방황의 끝'이라고 해야 할까, 아님 '브리짓 존스의 사고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영화를 보고서도 우리말 제목을 달기가 쉽지 않다. 

 

우선 영화를 보는 내내 순수하고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르네 젤위거(Renee Zelweger)의 매력에 푸욱 빠져 있었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많은 사람들은 샤를리즈 테른을 입에 올리지만 난 르네 젤위거가 훨씬 낫다.

 

스토리의 핵심은, "award winning, serious journalist of highest integrity"인 브리짓이 human rights lawyer인 마크(콜린 퍼스 분)를 만나 miracle 같은 사랑을 찾고,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결국 마크로부터 "Will you marry me?"라는 청혼을 받는다는 것이다.  

 

재킷에 소개된대로, 엉뚱, 발랄, 사랑스러운 원조 삼순이의 무한 매력 발산이라고나 할까? 그녀의 말하는 투나 표정, 심지어 장면마다 바뀌는 행동들이 다 귀엽다. 이 영화를 찍기 위해 10KG을 불렸다는 그녀의 프로페셔널리즘이 놀랍다. 사실, 영화 속의 그녀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는 미녀의 틀과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브리짓의 매력인것을.  

 

브리짓이 마크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마크가 "who loves me just the way who I am"이기 때문이다. 같이 잠도 자지만, 살찐 벗은 몸을 그대로 보이기 싫어 이불보를 뒤집어쓰고 옷을 갈아 입는 모습을 본 마크가 웃음을 참으며, "있는 그대로를 다 좋아한다"고 한 마디 하자 창피함과 수줍음을 떨쳐버리고 과감히 누드를 보여주는 앙증맞은 여자다.

 

그런 일이 있고, 약간의 앙다툼이 있게 되며, 사랑의 줄다리기가 계속된 후, 결국 마크는 브리짓에게 먼저 I love you"라는 고백을 하는데, 이 말을 들은 브리짓, 자신의 자존심을 세워준 그에게 아파트 열쇠를 쥐어 준다. "앞으로 필요할테니...."

 

그런데, 이 영화는 구성이 참 이색적이다. 다른 영화는 1부, 2부 구분이 쉽지 않은데, 이 일기는 브리짓이 잠시 외도를 하는 섹션이 있는데 완전히 구분가능하다. 다니엘 클리버라는 같은 방송국의 고참 기자와 잠깐 사랑의 도피를 하게 되는 것인데, 이는 마크와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마지막 여정에 불과하다. 다니엘로 분한 Hugh Grant도 명연기를 하며, 브리짓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결국 그것은 one night stand를 위한 불장난이란 것을 깨닫고 품을 벗어나는  브리짓이다. "You look for a weekend sex. I look for a permanent love."라고 외치며, 접촉의 마지막 단계에서 과감히 다니엘의 품을 차버린다. 물론, 브리짓은 다니엘을 "clever & handsome"하게 생각하며 사랑의 대상으로 갈구했던 사람이다.

 

이런 사건이 있은 이후 마크와 재결합한 브리짓은 알프스로 스키 여행을 가고, 둘 만 간 줄 알았던 거기서 마크 주위를 맴도는 쭉쭉빵빵 아가씨, 길리스를 만나고 브리짓은 마크의 마음이 길리스에 있는 것은 아닌지 초조해한다. 그리고, 늬도 내사랑은 아니라고 외치며 절교를 한 후 집에서 애처롭게 고민한다. 이 때 흐르는, 배경음악은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 to say.' 참 동정심이 우러나게 하는 장면이다.

 

더 극적인 에피소드가 몇 개 더 있고 난 후, 분위기를 잡은 브리짓은 "I love you. Always have. Always will."이라고 고백을 하고, 마크는 "Will you marry me?"라는 프로포즈를 한다.

 

해피엔딩, 로맨틱의 절정이다. 르네 젤위거가 주연하는 영화는 다 재밌다. 기억이 안나는 영화지만, 살쪘다고 쳐다도 보지않는 유명인사를 결국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억척스런 화장품 회사 사장의 이야기가 기억난다. 그 때 그 영화 속에서 젤위거의 매력을 봐버린 나다.  

 

근데, 경매에 부쳐진 그 '빤쓰'는 영화에서는 못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