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등등/태정루 탄금대
한국 예찬론의 虛實
태정 (泰亭)
2006. 6. 18. 11:34
한국이 월드컵 첫 승리를 거두자, 해외 언론들이 일제히 찬사를 쏟아냈다.
‘한국 축구 어른으로 성장’(미국 CNN) ‘아시아의 호랑이 마침내 비원(悲願) 이뤄’(일본 요미우리) ‘스피드·승부 근성·개최국 이점이 삼위일체 이뤄 폴란드 유린’(홍콩 명보·明報)…. 정말 고무적인 것은 이런 찬사가 축구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올초부터 시작된 한국 경제 예찬론이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로 옮겨가면서, 총체적인 한국 예찬론으로 발전하는 분위기다.
‘일본의 선생님’(영국 파이낸셜 타임즈) ‘아시아 경제발전의 새로운 길을 열어’(미국 뉴욕타임즈) ‘이론의 여지없는 아시아 리더’(영국 로이터) ‘신흥시장이 아니라 선진국으로 분류해야’(독일 수드도이체짜이퉁)…. 지난 5월 한달동안 해외 언론이 한국 경제에 대해 쏟아놓은 평가들이다.
한국 예찬론은 미국 비즈니스위크 6월 10일자 기사에서 절정에 이른다. “한국은 외국인 기피증을 없앴고 자신감에 차있다. 싸구려를 파는 경제에서 첨단기술을 파는 선진경제로 탈바꿈했다….” 이처럼 해외 언론이 찬사를 쏟아내는 근거는 선진 수준에 접근한 축구와 마찬가지로 한국 경제가 질적인 도약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 경제는 최근의 세계경제 불안에도 불구하고 잘 버티고 있다.
물론 해외 언론의 반응이 무조건 옳은 것만은 아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영미계 기자들은 “변화를 거부하는 일본을 자극하기 위해 한국에 과한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다”고 실토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경제든, 축구든 한국의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점이다. 16강 이상으로 도약하기 위해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하는 축구의 철칙은 다른 모든 분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해외 언론의 찬사를 냉정하게 받아넘겨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鮮于鉦· 경제부 기자 jsunwoo@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