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겨울 - 대관령 산행/출사
헌 해를 보내고 새 해를 제대로 맞이하기 위해 대관령을 올랐습니다. (2월 25일 토요일) 아직 눈이 다 녹지 않아 미끄럽기는 했으나 능경봉까지 가는 길은 마냥 즐겁고 가벼웠습니다. 사랑하는 후배들이 있었기에... 선태 군을 비롯, 희진 양, 용기 군, 그리고 막내인 주한 군까지 뜻을 모아 구 대관령 휴게소부터 오르기 시작했죠.
곳곳에 남은 겨울자욱이 정겹고 애잔합니다. 나무 밑둥에 잔설이 남아 있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겨울이 가고 있다는 증거겠죠. 나무 뿌리가 열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상하게 이렇게 V자형으로 갈라진 밑둥과 중간가지가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 산이었습니다.
남과 여의 만남의 상징인지, 오랜 헤어짐의 원혼이 남긴 상처인지는 몰라도
산의 산다움을 더 많이 느끼게 해주는 하나의 발견이었습니다.
옛날 시골에 가면 꼭 하나 씩 눈에 보이던 그런 밑둥입니다. 저 홈 속에 몸을 넣고,
혹시 들킬새라 더 꼭꼭 숨어 있던 숨바꼭질 생각이 납니다. 이번에는 다 독사진 찍느라 잠시 쉬었던 곳입니다.
사랑스런 후배들이 제법 사진 구도를 잡고 죽 늘어섰습니다. 그 자체로 아름다운 사진이 되었습니다. 모두 40이 넘은 중년들인데도 멀리서 보니 마치 1980년대로 돌아간 듯 합니다.
치마밑에 땔감을 감추고 있는 듯 눈 속에서도 이불을 덮고 있는 밑둥입니다. 믿음직하게 땅속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산행길 옆으로 아름답게 뻗은 나무숲이 시야에 확 들어왔습니다. 가지런히 나래비를 선 것 같기도 하고, 하늘 향해 인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밑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을 반기는 손같기도 하고, 마치 두 손을 벌려 품에 안으려는 듯 하기도 합니다. 발자국 하나 나 있지 않은 잔설에 갈대가 여전히 수줍은 듯 고개숙이고 있습니다.
그날 산행은 능경봉까지였습니다. 오렌지, 귤, 사과, 배, 커피, 쵸코파이 등 잔뜩 집어 먹고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표지판을 중심으로 다소곳이 산신령님께 예를 표했습니다. 촬영은 제가 했어요...
저도 살짝 끼였습니다... (자연물 위에 놓고 자동으로 조작하느라 구도가 약간 빗나갔습니다만.)
산행을 마치고 스키장 쪽으로 이동하던 중에 덕장을 만났습니다. 가지런히 하늘향해 머리 들고 서 있는 수많은 명태를 봅니다. 비에 젖고, 눈에 묻히고, 바람에 날리면서 우리의 입맛에 딱 맞는 황태가 되어 간다고 합니다. (겨우내 그런 과정을 반복하던 황태는 3월 말경 (기억으로는 3월 22일)에 첫 출하되는 모양입니다) 멋있는 광경입니다. 인간의 웰빙을 위해 인간의 손에 의해 가꾸어져 가는 황태들에게 경외심을 느낍니다. 사진기가 더 좋았으면 더 좋은 장면을 담았을텐데,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대관령 산행 및 출사는 원래의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건강과 선후배의 사랑을 동시에 챙겼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