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정루 탄금대

<정성으로 피운 장미의 새 생명>

태정 (泰亭) 2006. 3. 13. 20:06

글을 쓰신 김경숙 님은 그것이 정성이 아니라 말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뒤늦게나마 사랑에서 우러나온 정성 그 자쳅니다. 샘물을 보약처럼 먹고 새로 기운을 차린 그 장미 두 송이에 힘찬 박수를 보내며,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것으로 믿습니다.


--------------------------------------(by 김경숙 실장 3/13/2006)

떨군 고개를 힘있게 다시 세우고 서 있는 장미 두 송이가 오늘 아침 저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어찌나 감동스러운지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무슨 소린가 하면요...

지난 수요일이 세계여성의 날 이었다는 걸 아시는지...
우리회사가 Women Diversity 무쟈게 열심히 하잖아요.
수요일 오후에 회사가 준비한 행사가 있었습니다.
모두들 바쁜 와중이라
준비하는 쪽에서는 '손님'이 적을까봐 늘 걱정이 많잖아요.
저도 한 마케팅 하던 사람으로서 그 심정 잘 알죠.
아니나 다를까 전날 저녁에 주최측으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내가 꼭 참석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 10명 정도의 손님 확보 책임지라고...
해서, 하던 일 다 미루고 손님될 만한 사람 우르르 몰고
행사장으로 갔죠.
주최측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환영 선물,
바로 정성껏 포장한 '장미 한 송이' 였습니다.
나는 남는 장미까지 덤으로 받아, '두 송이' 였습니다.
IBM 정말 좋은 회사입니다~~ ㅎㅎ

행사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왔는데,
정성껏 포장한 것 뜯기도 아깝고,
빨리 퇴근하고도 싶고....
그냥 말리지 뭐 어쩌구 하면서,
장미를 물담긴 컵에 담는 정성어린 행위를 생략하고
급히 나가 버렸습니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해서 보니,
내 장미들은 고개를 꺽은 채 주변의 꽃잎 부터 시커멓게 시들어 가고 있는데,
옆 자리를 보니
자그마한 물컵에 담긴 장미 한 송이가
고운 색도 선명하게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뽐내는 듯 서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주인을 잘못 만난 장미가 너무 안스럽기도 하고,
갑자기 낯설어지는 제 자신에 대한 느낌도 주체가 안 되고,
허둥지둥 작은 생수통 하나에 물을 조금 담아
예의 그 장미 두 송이를 얼른 담가 주었습니다.
완전히 맛이 가기 전에 물이라도 시원하게 마시게 해야 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으로...
그게 목요일 아침 이었습니다.

금요일 저녁,
완전히 시들어 버리지는 않았지만
영 고개를 다시 들지 않는 장미 두 송이를 안스럽게 쳐다 보면서
그냥 빨리 버려 주는 게 주변 사람들 덜 민망하게 하는 거 아닐까
한 2분 고민하다가,
시들어 가는 꽃이 향이 더 진하다는 거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것인지라,
진한 장미 향 마지막으로 한번 더 뿜어내게 하자 맘 먹고,
그래 물이나 한번 더 시원하게 마셔라 하면서
물병의 물만 생수로 갈아주고 퇴근했더랬습니다.

주말 내내
물론 장미의 'ㅈ' 도 생각안 하고 실컷 '놀고' 돌와왔죠, 오늘 아침.

그런데, 세상에...
그 장미 두 송이가
보란듯이 고개를 바짝 세우고,
물기 머금은 싱싱한 꽃잎과 줄기를 뽐내며
나를 쳐다 보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인생의 한 깨달음이 이렇게 오는 것이로구나.

말 한마디 없는
장미 두 송이,
것도 다 시들어가, 버릴까 말까 고민 아닌 고민 까지 하게 만들었던,
그 장미 두 송이가
40의 중반을 넘기고 있는 나에게
오늘 아침, 너무나 큰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생명의 힘,
다시 살아남의 감격,
말이 필요 없음을...


올해 부활절에는
장미 꽃다발 한~ 아름 사서
축하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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