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책임을 다하시는 문화해설사
오늘 오후에 선릉역 근처에 있는 선릉을 다녀 왔습니다.
무덥지만 숲이 주는 시원함도 느끼고 왕릉이 주는 역사의 향기도 맡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맘이 울적할 때 들리곤 했던 곳인데, 오늘은 마침 근처 사무실에 갈 일이 있어 그 분과 같이 점심을 먹은 후 산책을 하러 갔습니다. 능역의 일부를 함께 돌아본 후 저만 홀로 남아 더 한적한 곳을 찾아 구석구석을 찾아 다녔습니다.
이 복잡한 시내 한복판에 이 만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우람찬 숲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뉴욕의 센트랄 파크래도 이정도 일까 하는 생각이들 정도였습니다.
선정릉. 그 중 정릉(중종대왕릉)은 능역이 경사가 급해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고, 선릉(성종대왕릉)은 잘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오후 2시 반부터 시작하는 문화해설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그 분은 제가 올라가자 아주 반가워하면서 자세하게 선릉과 기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릉에 대해 이야기를 술술 풀어주셨습니다. 중간에 관람객이 또 오면서 설명 시간은 길어졌고, 제게 했던 설명을 반복하며 더욱 정성껏 설명을 하시더군요.
그동안 일반인들이 왕릉을 방문하면 자주하는 질문 (능침(능상) 안에 어떤 방향으로 누워 계시는가? 하는 질문이 단연 가장 많은 학생질문이랍니다...)인데, 현재 남한 지역에 있는 40개의 왕과 왕비릉의 좌향을 전부 분석하여 총 24향 중 동,남,서 방향의 12개인가 하는 방향만 좌향으로 사용되었다는 통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능의 종류가 6가진가 되는데, 단릉, 쌍릉, 삼릉, 합장릉, 동원이강릉, 동원상하릉 (제 기억이 맞다면 표현도 맞을 것이지만 100% 장담은 못하겠습니다...)으로 나뉜다고 하네요. 건원릉(태조), 장릉(단종), 그리고 어디 한 군데가 단릉이라고 했습니다.
굳이 이 내용을 오늘 일기처럼 쓰는 이유는 모처럼 누가 보나 보지 않거나 제 책임을 묵묵히 수행하시는 모습을 그 문호해설사 선생님으로부터 보았기 때문입니다. 너무 목이 마르게 설명을 하셔서 제가 이제 시간도 되었으니 쥬스나 한 잔 사드리겠다고 해도 굳이 맡은 시간이 아직 남았고 다른 손님들이 자꾸 올라오고 계시니 지금은 떠날 수가 없다고 하면서 사양을 하셨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셨고, 마침 영어를 가르치셔서 외국인 관람객들이 오면 영어로도 설명을 하신다고 했습니다. 뙤약뱥도 아랑곳 않고 사명감 하나로 그렇게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시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감사의 마음이 절로 우러나왔습니다.
어느 누가 되었든 자기 자리에서 이렇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으면 늘 행복할 것 같습니다.
(저도 사실은 은퇴 후에 문화해설사가 되고 싶은 희망을 가지고 있답니다...여러가지 하고 싶은 일들 중 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