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멍 쉬멍 보멍 갑서 (제주 올레길 6코스 반)
마음은 무거워도 몸은 가볍게... 라는 생각으로 가족들이 1박 2일 제주도행을 했습니다. 아이의 자유재량수업일을 활용해 모처럼, 아니 생전 처음 모두 같이 걷는 길을 택한 것입니다. 정말 역사적인 선택이요 예외적인 결정이었습니다. 놀멍 쉬멍이라고... 모처럼 휴식 같은 휴식을 가져보려 올레길로 들어 섰는데, 이 무슨 단체 여행이라도 온 듯 수 백 명이 같은 회사 뱃지를 달고 전국에서 모여 들었더군요. 한 사람이 겨우 빠져 나가기에도 어려운 좁은 길에서 교통체증이 일어나기를 수십 번은 한 것 같습니다.
옛부터 나 있던 길을 엮어 엮어 새로운 '올레'길을 탄생시킨 제주의 힘이 대단하다 여겼습니다. 2007년 8월 1코스 개장 이후 올해 4월 24일까지 20개 코스 320km를 열었다고 하니 그 열정과 창의성 또한 대단합니다. 그 결과 자원의 재활용 뿐 아니라 새로운 컨셉의 여행문화까지 가져왔으니 그 생각하신 분들의 머리가 비상하다는 것입니다. 아스팔트도 있고 숲속도 있고 잔디길도 있고 정글 속도 걸어야 했습니다. 올레길은 여유를 부리며 목적지에 상관없이 맘에 들면 한참 머물다 갈 수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앞에서 밀고 뒤에서 치니 그런 여유 부릴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수 백 명이 한꺼번에 올레길을 공격하는 것은 뜻도 그렇고 취지도 그렇고 아닌 것 같습니다. 들리는 말이란 어디가 끝이야... 아직도 덜 왔나... 이렇게 사람이 많아서야 어디 ... 아이구 배고파.... 물론 가정이나 회사 일을 도란도란 나누며 걷는 이들도 많았지만 도회지에서나 보고 들으면 좋았을 그런 말들을 이 향기로운 곳에서조차 들으니 맘이 좀 편하지 않았습니다. 올레길 탐사는 웰빙을 목적으로 가면 좋겠습니다. 명상을 위해 오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스스로 변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오면 좋겠습니다. 그야말로 놀멍 쉬멍 보멍... 여유롭게, 한가로게, 시간을 잊고서, 나만을 생각하며, 자연에 자신을 동화시키면서 그리고 가슴에 품은 한을 풀어 내고, 먼 미래에 다가올 행복과 보람과 건강을 빌며.
우리 가족은 6코스 길의 반 쪽만 걸었는데요... 서귀포 KAL 호텔 -> 검은여 -> 하수처리장 -> 구두미포구 -> 보목항 -> 제재기 오름 -> 쇠소깍 -> 택시 타고 호텔로. 오전 10시 반에 출발해서 돌아오니 오후 4시가 조금 지났더군요. 겨우 6.8km 걷는 데 걸린 시간 치곤 너무 많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걷기가 일상이 아닌 아내와 아이에겐 상당히 무리가 가는 강행군이라고 할 수 있죠. 표지판이 약간 부족한 듯 했지만 이 길이 어디로 연결되나 궁금해질 때면 어김없이 나타난 화살표 덕분에 길을 잃지 않고 잘 찾아 갔습니다. 올레 길 탐사, 해 볼 만 합니다. (원래 6코스는 쇠소깍에서 출발하여 외돌개까지 가는 것으로, 15k에 약 5시간 코스라고 합니다. 그런데 정확하게 올레길을 안내하는 자료가 없어 거리나 시간 계산에 약간 착오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진 몇 장 올려봅니다.
하수처리장을 넘어 구두미포구로 넘어가는 길인데요, 숲에서 바라본 바다 모습입니다.
마치 정글 속을 걷는 듯한 느낌도 꽤 오랜 동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올레길에 자전거라 ...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았지만 부럽기는 했습니다. 그 먼 곳까지 자전거를 가지고 가는 정성이요!
제주도 특유의 돌담길 분위기가 느껴지죠...보목항에 거의 다 간 지점이라 기억됩니다.
제재기오름으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해발 300미터의 제재기오름 정상에서 KAL 호텔 쪽으로 바라본 서귀포 입니다.
옛날에 고 이주일 님의 별장이었다고 합니다. 6개월 전에 오픈한 카페 투윅스의 정원입니다. 참 멌있죠.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간판이라 따로 찍었습니다.
제주 올레길 6코스를 가시는 분들께 강추합니다~~ 팥빙수와 망고쥬스를 먹었는데 푸짐한 편입니다. 맛도 좋고, 분위기도 참 좋았습니다. 저희는 2층에서.
비닐도 아니고 짚도 아니고.. 하여튼 지붕이 색달라 보였습니다.
외국에서나 보았던 나무 장식으로 된 대문입니다. 가슴이 시원했습니다. 저런 곳에 살 수 있다면 ... 참 부러웠습니다!!
마음도 비우고 가라는 듯이 '대보사'가 있었습니다. 쇠소깍으로 가는 도중 입니다.
효돈동 주민들이 세운 현대판 장승이라고나 할까요...
제주의 열대성을 대변하는 야자수 나무숲이 눈에 깊이 박혔습니다...
아이는 엄마와 줄곧 손잡고 가고, 저는 뒤에서 사진 만 찍고...
쇠소깍 바닷가에 있는 해녀상입니다. 맨 왼쪽에 계신 분이 제일 도드라져 보였습니다^^
쇠소깍의 비경입니다. 길이가 좀 짧아서 그렇지 작년에 일본에서 보았던 그 계곡과 흡사하더군요...
제주도의 전통 뗏목 '테우'를 타고 한 바퀴 도는데 약 40분이 걸리는데 성인 5000원을 받습니다. 저희는 예약만 했다가 타지는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