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에도 표준이 필요할까요?
상식[常識]의 사전적 정의는, [명사]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가 포함된다. 입니다.
그런데 이 상식이 우니라나 정치나 정치를 바라보며 쓰는 컬럼이나 비평에는 잘 적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들어도 말이 되는 말이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도대체 어느 상식을 동원해야 할지 어리둥절해지는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언젠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라고 번역되었던 'Lost in translation'이란 영화가 생각납니다. 제목이 사실 100% 확실하지 않지만, 일단 그 내용을 따질려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영화를 안보았기 때문에 내용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해석하는 과정에 전혀 다른 내용이 되어버리다' 라는 뜻의 영문과 완전히 다른 해석을 붙여 놓은 그 모양새가 우리나라 정치판의 모양새와 너무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말하는 것과 이를 해석해야 하는 국민 사이에 마치 'Lost in translation' 같은 천양지차의 갭이 생겼고, 그 갭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 걱정일 뿐입니다. (물론 원 뜻을 알면서도 영화적 긴장감 혹은 호기심 자극을 위해 번역문을 일부러 그렇게 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더 큰 걱정은 똑 같은 교육을 받고 똑 같은 환경에서 커가고 있는 젊은이, 그리고 이미 나이가 들대로 들어버린 국민들간에 정말 어떻게 손 쓸 수 없을 정도의 강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이쪽에서 말하는 얘기를 들을 때는 상식 1을 적용하고, 저쪽에서 말하는 얘기를 들을 때는 상식 2를 동원하고, 내가 그냥 보통 생활을 할 때는 상식 3으로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렇게 얼토당토 않은 생각을 해도 전혀 이상한 세상이 아닌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적어도 사전적 정의에 의한 상식을 갖춘 분들이라면 한 주제에 대해 적어도 60-70%의 공통점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상식이란, 이해력과 판단력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식의 크기 보다는 이성적인 지혜가 더 많이 작동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상식적인 상식이란 누가 어떤 잣대로 들여다 보더라도 적어도 서로 보완적이고, 서로 통하며, 서로의 생각에 대해 인식은 같아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현실을 보면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상식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 같습니다. 물론 서로 폭이 다른 상식도 있겠지만 크게 보아 그렇게 양편으로 갈라진 상식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같은 상식을 가지고 있는데 적용을 다르게 하는 것일까요?
상식의 편가르기, 상식의 비상식화를 요구하는 우리 사회가 참 싫습니다. 어느 한 쪽도 대놓고 옳고 그름을 가를 수 없을 때 심판을 볼 수 있는 상식이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중간적인 상식이 있게 되면 극단적인 대치도 극단적인 폭력도 쓸데없는 시간 낭비도 없앨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내가 어느 쪽에 서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상식이 아니라 내가 서있는 편에 상관없이 대의를 위해 생각하는 상식, 관용적인 상식, 포용하는 상식이 그립습니다. 그런 상식의 상호작용 속에 커가는 대한민국의 앞날이 펼쳐지길 기대해 봅니다. 좌냐 우냐에 따라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정하지 말고 국가와 인류, 민족의 관점에서 상식이 발휘되길 바랍니다. 이런 대의명분적인 주제들에 대해서는 판단의 표준도 필요할 것이고, 선택의 표준도 필요할 것이고, 결정의 근거도 표준화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지식과 경험, 또는 더 깊은 오묘한 팩터링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건전한 상식, 모나지 않은 상식,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상식이 적용되면 좋겠습니다.
성장이냐 분배냐, 균형이냐 발전이냐... 같은 큰 주제들이 다뤄질 때는 상식의 다변화도 필요하겠지만 수렴의 상식이 더 필요한 것 아닐까요? 이렇게 덧없이 논쟁에 논쟁을 거듭하고도 끝나지 않는 주제들에 대해서는 차라리 상식의 표준화가 이뤄지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것이 솔직한 저의 심정이네요. 그래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진전이 있을텐데요. 허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