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현대, 저녁엔 삼성 ...
요즘 날씨가 추운 탓인지 주변의 어르신들이 계속 세상을 뜨고 계시네요.
지난 주 호상을 당한 친구에 이어 이번 주에는 대학교의 절친한 친구 아버님이 4년여의 병마를 떨치지 못하시고 별세하신 것을 비롯, 오늘은 대학 2년 선배님의 빙부께서 졸하셨습니다. 뭐 호상이라면 호상일테지만, 인간의 정리로 보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런데 문상을 마치고 오는 길에 내일 저녁 같이 먹기로 한 친구가 방금 오촌 아저씨가 돌아가셔서 서울에 올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제 평생에 첫 경험을 한 날입니다. 엊저녁에는 현대아산병원에 문상을 갔고, 오늘 새벽에는 거기서 발인 일을 돕고 왔는데, 오늘 저녁에는 삼성의료원에 가서 또 다른 문상을 하고 온 것입니다. 하루 두 번의 상사를 경험한 것은 생전 처음입니다. 발인례를 치르고 운구행렬이 장지로 떠나는 것을 보고 출근해서는 전 직원회의에 참석, 세션 오프닝으로 한 거문고 연주, 피아노 연주, 3인조 합주에 이어 개그콘서트 뺨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 우스운 인생의 반전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는다는 말이 참 진리인 것 같습니다. 그저 이 좋은 세상에서 가족, 친구, 친척들과 오손도손 더 사시지 못하고 떠나시는 분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렇게 여러 상사를 겪다 보니 돌아가실 때 제대로 예도 갖추지 못하고 보내드려야만 했던 저희 이모님이 또 생각났습니다.
상주나 문상객이나 모두 현재 살아계신 부모님과 어르신들께 효도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이었습니다. 더 정확히는 살아계실 때 효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죠.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인가요? 눈이 온 뒤에야 소나무의 푸르름을 더 잘 알게 되고, 부모님 세상 떠나신 후 곁에 계시지 않음을 더 절실히 깨닫게 된다... 뭐 이런 말이었던 같습니다. 우스개 소리로 하는 퀴즈에도 왜,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구냐 하고 물으면 그 답은 ..... 바로 당신... 지금 내 앞에 있는 바로 당신이 가장 귀한 분이십니다!가 정답이라고 했죠.
그러고 보니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특히 아버지와 살갑게 대화를 많이 하지 못한 경우를 여럿 보았습니다. 왠지 뭐 하나 이유가 생기면 그걸 빌미로 얼굴 마주보는 것조차 싫어하게 되고, 한 달 두 달 쌓이다 보니 돌아가실 때까지 거의 15년 동안이나 제대로 대화 한 번 못했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그게 너무 아쉽더라... 그저 이런 저런 얘깃거리라도 만들어 자주 정답게 대화를 나누시는 것, 그게 가장 쉽고 편하게 효도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연로하신 부모님과 어르신을 모시고 계신 분은 효도가 먼저일 것이고, 아이들에게 멋없는 부모, 정 없는 아빠가 되지 않도록 아이들과 정을 도탑게 하는 것은 바로 다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