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김씨 종택 방문 - 지례예술촌 등
한 성씨가 양반이냐 아니냐는 이제 큰 문제가 아닙니다. 어르신들이 장성한 자식들을 시집 장가 보낼 때나 따지는 고루한 전통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알게 모르게 가문이란 것이 아직은 큰 영향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다 그 가문이 누대에 걸쳐 적덕과 영예를 더해 후대에 그 빛을 더 떨치고 있다면 그 가문은 틀림없이 양반일 것입니다. 양반이 아니라면 그런 전통에 살고 전통을 기리며 전통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경우가 없을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씨 중에 그런 유명한 가문이 있더군요. 평소 의성김씨가 있다는 것도 알고 유명하신 분이 그 조상님 중에 있다는 것도 알았지만, 종택을 유지하며 종택을 통해 가문의 맥을 더욱 굳건히 이어 가는 모습을 보고는 그 가문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커졌습니다. 그리고 부럽기조차까지 합니다. 그 가문이 가진 법도와 전통이 부러운 것입니다. 그래도 남못지않은 가문에 태어났다는 자부심으로 살고 있는 저로서는 지난 10월 24, 25일 양일에 걸쳐 경험한 의성김씨 종택 방문은 참으로 큰 눈뜸이요, 깊은 가르침의 장이 되었습니다. 왕가가 아닌 사대부 가정으로 수백년에 걸쳐 조상에 대한 존경심과 가문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후대에 남겨야 할 전통유산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감명 깊었습니다.
한 가문의, 어느 시절 같이 태어난 형제들이 다 종택을 가진 훌륭한 분들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분들이 남긴 유물과 유산이 지방문화재도 되고 보물도 되는 그런 경우도 있다는 것을 처음 경험했습니다. 참 감동스럽고 감탄스런 사건이며 아름다운 깨달음이었습니다. 의성김씨 하면 학봉 김성일 선생을 떠올리게 됩니다만, 학봉 선생님은 그 집안의 3째였다고 하네요. 제일 큰형님, 작은 형님, 학봉 ... 이렇게 각각 후손들이 종택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여느 문화재처럼 비워 둔 것이 아니라 아직 살면서 가꾸고 느끼고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런 종택의 존재는 동네 사람들에게는 무언의 자긍심과 자부심의 원천이 되고, 관광객들에게는 무한한 전통가치를 지닌 유산이자 관광자원이 됩니다.
그 중 일박을 하며 지낸 지례예술촌의 경우 동네가 수몰되면서 더 높은 산속으로 터와 집과 동네를 옮기게 된 것인데요. 옮기는 김에 17km 떨어진 곳에 있던 다른 건물들도 함께 옮겨와 오늘 같이 멋진 종합단지가 되었답니다. 종합단지가 꼭 크다는 의미보다는 짜임새있게, 전통에 파묻힐 수 있게, 그러면서도 편안하고 아늑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뜻으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촌장님의 중책을 맡고 계신 김원길 선생님은 교수직을 버리고 종택의 보존과 발전을 위해 가족과 함께 이곳에 머물고 계십니다. 시인이십니다. 흥에 겨우면 자신이 지은 시를 읊어주시기도 하죠. 막걸리, 와인, 소주, 다 잘 드시는 것 같습니다. 평일과 주말을 막론하고 찾아오는 손님맞이로 여간 바쁘시지 않죠. 한데, 전통과 문학과 역사에 관해 재미있게 강의도 해주십니다. 그분이 쓰신 시집도 구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곳에 가면 모든 돌 하나, 기와 하나, 풀잎 하나라도 감흥을 일으킵니다. 사진기를 들고 가시게 되면 배터리는 완전히 채우고 여분을, 메모리 카드는 완전히 비워서 4GB 정도의 용량으로 가지고 가세요. 아무거나 찍으면 예술이 되고, 찍으면 감동이 됩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추억이 됩니다.
외국인들도 단체로 방문하여 한국의 역사와 문물에 대해 보고 듣고 토론하고 시와 문학에 젓기도 한답니다. 김치도 나물도 된장도 다 맛있게 먹고 간답니다. 소박하지만 너무나 아늑한 곳에서, 정갈하게 차려져 나오는 음식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겠죠. 처음 먹는 한식인들 맛있고 멋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안개를 살짝 머금은 산책로를 따라 하루를 열면 아마 심신이 재탄생한 듯한 느낌을 받으실 것입니다. 만약, 시간과 형편이 되면 한 일주일 푹 쉬고 오고 싶습니다. 참, 그렇게 갈 때는 간단하게 대낚시라도 준비해 가는 센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적막한 고요 속에 품위를 즐기고 싶은 분들께 정말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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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몇 장 올려봅니다...